이능력, 이능범죄, 교란, 발현자, 잠재자... 이런 용어들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은 '빌어먹을' 이능력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다. 2000년대 이후로 태어난 이들을 '희망을 모르는 세대'로 한데 묶은 것은 이능 범죄 때문만은 아니었고 이능력과 더불어 이능력자들을 덮치는 교란이라는 부조리가 그들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2001년 출생으로, 아마도 자신의 세대에 대한 자조 섞인 해석이 일부분 포함된 것 같다.
엄청나게 강력하면서 멋지고 근사한 슈퍼히어로의 이능력이 아닌, 통제 불가능한 제멋대로의 기술인 이능력이 세상 곳곳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리고, 이능력을 발현한 사람이 아닌 사람들은 잠재자로 분류되는데 이들 역시 언제 이능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다. 이들을 불안과 절망에 빠지게 하는 것은 치료법도 없는 교란이라는 불청객이다. 유일한 희망은 이능력을 없애버리는 이능력 무효기술인데 이 기술은 언제 완성될지 알 수도 없는, 이론도 부재한 상태다. 교란이 일어나면 이능력자는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면역체계가 교란되면 항원 농도가 높아지고 마지막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결국 사망하게 된다.
주인공 미르는 RIMPS 이력연구부 직속 무효기술연구소에서 일한다. 교란의 해결과 무효 이론 및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 연구기관에서 교란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한다. 교란 판정을 받은 이들이 고스란히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2000년 12월 25일 이능력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참사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이 참사를 막지 못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참사의 생존자 중에서도 교란이 발생하여 해가 지날수록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숫자는 증가한다.
이야기에서 크리스마스 참사로 불리는 끔찍한 재난은 작가가 경험한 재난에 대한 경험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등. 이러한 재난에 대해 사람들은 거대한 일일수록 자신에게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나머지 모든 게 자기 일이 아니라 여길 정도로 안일한 태도이곤 했다. 희생자를 보고 운이 나빴다며 자신의 행운을 안도하고, 방관하는 선에서 그칠 게 아니라 사고의 인과를 해석하고 다른 사고를 막아내는 게 마땅함에도, 그저 지겹다는 이유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목소리마저 틀어막는 일이 이 시대엔 비일비재했다.
작품의 제목이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인 것은 이능력의 잠재자가 곧 발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재난의 희생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결국 불운한 특정인이 아닌 모든 사람에 대한 일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작가의 목소리로 이해된다.
아직도 해? 보상 다 끝난 거 아니야? 희생자들이 운이 없었거나 부주의한 것 아니야? 이런 소리들이 여전히 들려오는 2024년이다. 특별법은 아직도 거부권 행사에 막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