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산 책 무한궤도

by 보라구름

도서관에 가면 항상 책을 최대 대출 권수로 한가득 빌려온다. 물론 들어갈 때는 이렇게 결심한다. 딱 읽을 만큼만 빌려오는 거야. 절대 많이 빌려오지 않는 거야. 하지만 언제나 도서관을 나설 때는 무거운 가방을 낑낑 메고 나오는 패턴이다. 나만 이런 건가 싶어 책 좋아한다 싶은 이웃들의 블로그나 인스타를 보니 왕창 빌리고 다 못 읽고 반납하는 일이 자주 있다는 고백글이 있어서 조금은 안심했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야.


누구는, 책은 빌려 읽기 싫어서 사서 읽는다고도 하는데(사실 나도 그 누구 중 한 명이었다) 그러다가 한 달 책 값이 수십만 원을 넘어 거의 백만 원에 육박하는 달도 있고, 무엇보다 집에 책탑이 사방에 쌓여 무너지기 일쑤고 여기저기 책이 널려 있게 되어 도저히 처치곤란이라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을 찾게 되었다.


빌린 책은 기한이 있으니 읽을 책 대상에서 우선순위가 위로 올라간다. 책을 주로 빌려서 읽는 것이지 아예 안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산 책은 빌린 책에 밀려 자꾸 순위가 밀린다. 그렇게 내가 산 책은 빌린 책에 밀리고 밀려 어느새 먼지를 뒤집어쓰고 만다.


대출 도서 연체는 거의 웬만해서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대출한 도서를 기한 내에 반납하고 나면 뭔가 읽고 안 읽고를 떠나 뿌듯함이 느껴져 그 뿌듯함을 또 다른 대출로 치환해 버린다. 게다가 신간이 입고되는 날에 맞춰 도서관에 갈 때의 그 기쁨과 설렘이란. 신간을 첫 대출로 품에 안고 올 때의 기쁨은 또 어떤가. 그래서 대출을 반납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하는 책들이 많을 땐 이 책들을 도서관 서가에서 꺼내 산책시켜 주는 거라는 포장을 해보기도 한다. 우리 집에 놀러 왔다 가는 책들에게 다시 안녕을 고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반복이 계속되니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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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문제인 셈이다. 읽고 싶은 책에 대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도서관과 서점에서 대출과 구입이라는 방식을 통해 욕망을 채운다.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책으로 구입한 책들도 상당하다. 그나마 요즘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책을 읽을 시간도 있고, 간단하게나마 서평을 올리기도 하고, 그마저도 안될 때는 짤막한 메모 형식으로라도 어딘가에 글을 올려둔다. 하지만 다시 일에 쫓겨 시간이 부족해지고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 빌리거나 사는 것으로 일단 욕망을 채워놓고 본다. 읽고, 서평을 쓰거나 감상을 기록하는 일은 뒷전이 되어버린다.


이런 무한반복에 대한 괴로움과 스트레스가 쌓여감을 지인에게 토로하자, 꿀팁을 한 가지 얻었다. 도서관에서 한 권이나 두 권으로 대출 권수를 스스로 조절하는 게 제일 좋지만 그게 안된다면 책을 빌리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도서관에 앉아서 읽고 오라는 것!


헐, 그래 나도 그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것. 물론 아주 가끔이지만 도서관에서 소설책 한 권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고 온 적도 있었다. 앞으로는 빌리고 싶은 책들을 왕창 손에 들고 도서관 안쪽 책상에 자리 잡고 앉아서 찬찬히 훑어보고 속독이나 발췌독을 하다가 정말 이 책은 꼼꼼하게 꼭 다 통독을 해야겠다 싶은 책이 있는 경우만 딱 한 권을 빌려오는 것으로 해볼까 한다.


잘,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해보는 거지. 오늘은 책 두 박스를 가득 채워 담아 온라인 서점에 팔기 신청을 완료했다. 두 박스 가지고는 책을 줄인 티도 안 나지만 이렇게라도 하는 것에 의의를 둬야지.


어쩌겠어, 내가 책을 이다지도 사랑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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