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냥이 중 첫째 레오(가운데 검은 아이)가 구내염이었는데 다행히 지난번 병원에서 맞은 주사가 효과가 있는지 차츰 건사료랑 물도 잘 먹고 있어서 괜찮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레오가 맑은 콧물을 흘리며 재채기를 하는데 평소보다 더 심하게 하더니 호흡이 영 힘들어지고 말았다. 입을 벌리고 힘겹게 숨을 쉬는 모습에 덜컥 겁이 났다.
그 와중에 둘째 솔라(오른쪽, 고등어 무늬)가 사료 구토를 하기 시작했는데 평소에도 예민한 편이라 사료 배합(2가지 섞어서 먹임)이 조금만 비율이 달라져도 초반에 몇 번 구토를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구토를 여러 번 하고 나중에는 노란 위액까지 토하는 게 아닌가.
솔라는 토하고, 레오는 콧물 줄줄 개구호흡
레오랑 솔라 둘을 데리고 급히 동물병원에 달려갔다. 솔라는 아픈 적이 없이 워낙 건강한 아이라 레오가 간 동물병원에는 처음 방문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워낙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고 아이들도 마음을 다해 아껴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솔라는 구토 억제 주사를 맞았는데, 많이 아픈 주사라고 설명해 주셔서 잔뜩 긴장했지만 정작 솔라는 미동도 없이 주사를 맞아서 의사 선생님이 민망해하셨다.
솔라는 5살이고 평소에 뭔가를 그냥 집어 먹는 아이가 아니라 이물질을 먹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하며 다른 유사한 사례의 진료 내용과 사진을 보여주셨다. 우선은 토하더라도 솔라가 계속 먹으려고 하는 식욕이 있고 생체반응도 활발한 편이라 구토 억제 주사를 맞고 구토가 멎으면 위장약을 먹이며 지켜보기로 했다. 레오도 콧물감기가 심한 편이라 주사를 맞고 네뷸라이저 처치까지 받고 약을 타왔다.
약은 싫어, 절대 안 먹어!
문제는 약 먹이기였다. 보통은 가루약을 캔사료에 타서 먹이는데 최근에 약 먹이기를 하도 많이 했더니 레오는 한사코 약 먹기를 거부했다. 솔라는 습식을 아예 먹지 않아서 가루약 대신 캡슐약으로 주사기에 넣어 입에 톡 넣는 방식으로 먹이려고 했지만 실패. 두 녀석 다 완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약을 먹일 수가 없었다. 담요로 감싸 안고 주사기로 입 안에 밀어 넣었지만 둘 다 퉤~ 하고 시원하게 뱉어버렸다. 주사로 효과를 보는 것은 오래가지 않는데, 약을 도통 먹일 수 없으니 애가 타는 심정을 이 아이들이 알아줄 리도 없고 정말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다. 진작에 약 먹이기 기술을 연마했어야 했는데. 애들은 아픈데 낫게 해 줄 방법은 없고 스트레스를 받아 내가 아플 지경이 되고 말았다.
강해져야 한다, 너희들은 내가 지킨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하고 들었다. 애들을 지켜야 하는데 내가 스트레스받아서 탈이 나면 곤란하지.(실제로 내가 스트레스로 체하고, 설사에.... ㅜㅜ) 애들 증상을 꾸준히 살피면서 챙기고 약은 못 먹여도 물이나 간식 등을 먹이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솔라는 구토억제 주사를 맞고 난 뒤로는 한 번도 구토를 하지 않았고, 초반에는 식욕이 떨어진 듯 물도 안 먹어서 또 놀라게 했지만 하루 지나고 나니 사료랑 물을 조금씩 먹어줬다. 애들이 사료를 오도독 씹어먹는 소리가 그렇게나 고마울 줄이야!
약을 먹일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생각하다가 몇 년 동안 하지도 않던 기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애들을 하나씩 붙들고 몸을 감싸고 절절하게 기도했다.(교회 안 간지가 대체... 아무튼 뻔뻔해지기로 하고 기도함) 그렇게 기도를 하고 난 뒤 그 때문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애들은 약도 안 먹었는데 조금씩 상태가 나아져서 축 쳐져서 잠만 자는 대신 어슬렁거리며 집안도 돌아다니고 간식도 제법 먹고 있다.
아이들이 아플 때마다 생각한다. 아, 내가 아이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내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도 아니고 웹툰에서처럼 갑자기 그런 능력이 뿅~ 하고 생길리는 만무하다. 그럼에도 그런 능력이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중얼거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록 그런 능력은 없지만, 많이 부족한 보호자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최선을 다할게. 이제 동물병원은 그만 가자,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