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한 다리 건너서 듣게 되는 암투병 소식이 부쩍 가까워져서 굳이 한 다리를 건너지 않고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각자의 이유로 다른 암 투병을 거쳐 완치 후 관리를 한 지 이미 꽤 된 지인들도 있다. 그들 중에는 나보다 10살 이상 어리기도 한 사람도 있고 대체로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다.(그러고 보니 지인들 인간관계에 연상인 인연이 별로 없네) 암의 발병 나이가 이전보다 점점 낮아지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2년 전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고, 한참 전에 들어드린 암 보험이 있어서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원이 되지 않는 요양병원 비용이나 수시로 이용했던 사설 구급차 비용 등은 별도로 부담하고 그건 암환자 특례로 처리되지도 않았다. 엄마 또한 암으로 두 번이나 수술을 하셨다. 여하튼, 암을 겪었거나 겪는 중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는 암 진단비를 많이 받도록 보험을 미리 가입해두라는 거였다.
일단 병의 경중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암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치료에 집중하게 되면 경제적인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는 게 힘들다. 수술과 입원 치료, 이어지는 통원치료 및 항암과 표적, 방사선 등등의 치료를 하는 동안의 모든 생활비용도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병원비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래전에 들어둔 암보험은 보장이 약해서 몇 년 전에 추가로 들어둔 암보험이 있긴 하다. 당시 한 설계사분이 진단금 1억은 맞추셔야 좀 든든할 거라고 했는데 당시에는 그게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진단금 이후에도 수술비나 치료비가 보조되고, 실비 보험도 있어서 병원 치료에 일부 부담도 덜고 여러모로 생각해 보면 치료하는데 크게 돈이 들지 않을 수 있는데 비싸게 보험료를 내면서 진단비를 1억에 맞추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염려되는 질병이 암만 있는 것도 아니라 다른 질환도 추가 보장되는 특약을 넣어두기는 했다.
보험 가입 나이가 20대라면 암진단비 1억을 맞춰도 보험료가 저렴하겠지만 20대는 예전에 지나가버려서 저 멀리 박제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은 묵직한 보험료가 나를 기다린다. 그래서 요즘 고민 중이다. 추가로 보험을 더 가입해서 진단비 1억 원을 맞춰야 할까. 10년 뒤, 20년 뒤의 1억 원은 지금의 1억 원 하고는 또 가치가 다를 것이고 그 생각까지 하니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다시 10년 뒤에 추가로 보험을 가입하면 보험료는 지금과는 달리 엄청 올라 있을 것이고.
투병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줄도 모르고 잠자다가 세상 떠나면 그렇게 큰 복이 어디 있으랴 싶지만 인생이 마음대로 결말이 써지는 소설이 아니기에 보험이 필요한 것일 테다. 90세 보장, 100세 보장이라는 그 나이가 아직은 참 멀고 와닿지 않는다. 그 나이까지 건강하게 살 가능성도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역시 가장 두려운 것을 보험회사는 잘 알고 있다. 불행이 나에게 찾아와서 생활의 근간을 흔들다가 어느새 균열을 일으켜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그 두려움. 보험회사의 불안 건드리기에 오늘도 넘어갈지 말지 고민 중이다. 너무 오래 고민하면 안 되니 다음 주 안에는 결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