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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Apr 19. 2024

우울에는
도돌이표가 찍혀 있지


제목을 보고 한참 생각했다. 아, 정말 그렇지. 우울에는 도돌이표가 찍혀 있지. 내가 여러 번 일기에도 썼던 표현이라 더 공감이 갔다. 좋아질 때가 분명히 있고 이 시기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는데 결론은 어쨌거나 우울의 시기는 도돌이표처럼 언제고 돌아와서 눌러앉는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 우울이 아주 깊거나 오래도록 가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찾아오면 그새 나를 잊었냐는 듯 자신의 존재감을 꽤나 거칠게, 그리고 세게 드러내어 정신을 쏙 빼놓고 만다. 


 저자의 깊은 우울과 고통에 대해 읽어나가다가 그 원인이 무얼까 궁금했는데 중반부 즈음에 그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되는 학창 시절의 왕따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들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저자를 괴롭히고 폭행하고, 따돌리는 끔찍한 경험이 이어지는 동안 누구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던 그 아픈 시기를 겪어냈을 저자가 너무 안쓰러웠다. 


 사는 것은 무섭고 죽는 것은 두렵다는 심경도 100% 정도 공감하는 바이기에, 우울의 곁에 있어본 적 없는 사람들은 저게 대체 무슨 소리야 할지 몰라도 우울의 물기에 축축하게 젖어본 적 있는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내용이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더 이상 어리지 않는 나이 서른여덟이 되었고 우울증 약을 1년 넘게 복용하고 있는데 크게 차도가 있지 않으니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도 이해가 갔다. 


 안타깝지만 자신의 우울증에 맞는 약을 찾아 처방받는데도 시행착오가 있고 또 맞는 약을 찾아서 꾸준히 먹더라도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조금 나아지거나 편해지는 정도이지 와,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어라고 외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먹듯이 지병처럼 인생에서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야 할 녀석 정도로 생각하고 꾸준히 맞는 약을 복용하며 나빠지지 않기를, 또는 조금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버티는 삶이 대부분일 것이다. 


 약이나 상담만으로는 삶이 개선되지 않는다. 그건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나 수단일 뿐이다. 삶에서 환경을 직접 바꾸지 않는 한 나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며, 오지 않을 불행에 떨며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최종 목표이고 이것이 우울증이 서서히 말라 가게 하는 필승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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