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수 없는 귀와 마음
일일 디제이가 되어 라디오 녹음을 하면서 내가 선곡한 곡이 흘러나오는 동안
녹음 부스에 피디님과 단 둘이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 전에 녹음한 멘트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예전에 제가 정말이지 한 2천 번은 들었던 노래라서 선곡 리스트에 넣었어요.
내가 말하자, 피디님이 물었다.
아, 그렇구나. 그럼 요즘은 어떤 노래 들어요?
글.. 쎄요..
이 곡처럼, 예전처럼 그렇게 푹~ 빠져드는 곡이 없네요.
대답을 하고, 다음 멘트를 하고,
또 다른 곡이 나오는 동안
맴도는 생각.
그래, 꽂히는 좋은 노래가 없어서 그런 거야.
요즘 노래는 가사가 좀 별로 아냐? 한국 가요의 피크는 이미 지난 거 다 알지 않나?
vs
음악을, 노래를 귀담아 들어본 게 언제야? 가장 최근에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곡은?
솔직히 예전에 비해 음악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된 거 아니야?
분명히 있었다.
아, 괜찮다고 생각한 곡.
여전히 이적의 노래는 나를 찌르고, 나얼의 노래에는 어느새 스며들어 분위기에 푹 젖곤 했다.
하지만 강렬하게 감정 이입되어 질릴 만큼 빠져들곤 했던 몇몇 곡들이 최근에는 없다.
생각해보니 좋은 노래가 예전만큼 없어서이기도 하거니와
내 감정 상태가 노래를 들을 귀를 열 여유가 없어서이기도 했다.
노래가 들려도 들을 수 없는 귀와
선율의 울림을 느낄 수 없는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 사막의 모래를 걷는 심정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앞만 보며 걸어가는 나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