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라구름 Nov 02. 2015

안녕, 고양이

경의선 숲길에서 독일까지 

산책하다 만난 길고양이 



인스타그램 속 독일 고양이 


제법 쌀쌀해졌지만 그래도 낮에는 좀 오래 걸을 만 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걸으며 산책을 하던 중 눈 앞에 검은 무언가가 보였다. 움직임도 없었고 설마 고양이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거리가 점점 좁혀올 때 잘 살펴보니 검은 무언가의 정체는 바로 고양이였다. 아직 다 큰 것 같지 않은 어린 티가 나는 고양이 두 마리. 


저 두 마리가 형제인지 모자지간인지 알 수 없지만 꽤 느긋하게 여유 있는 포즈로 카메라를 바라봐주었다. 그래서 한 컷을 선물처럼 건졌다. 뒤로 물러나서 가만 살펴보니 둘이 앉은 자리 건너편에 방금 전 누군가 만들어준 박스로 된 집이 보였고 그 앞에는 사료 그릇과 물 그릇이 보였다. 날이 점점 추워지니 두 녀석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누군가 집을 만들고 먹을 것을 챙기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느긋했던 거니? 단모종에 이렇게 늠름하게 검은 녀석을 본 게 오랜만이라 그저 감탄하며 바라봤다. 


혼자 보기 아까운 멋진 녀석들이니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공유하고 나서 얼마 뒤, 좋아요를 누른 인스타그램 이웃들 또는 유저들의 알람이 뜨는 가운데 프로필 사진이 눈길을 당기는 한 계정을 확인했다. 아, 검은 고양이 두 녀석을 키우는 분이로구나. 계정에 들어가보니 독일에 거주하는 분. 그런데 어쩜 이렇게 그들과 이 아이들이 비슷하게 닮았는지. 독일 아이들의 귀가 더 뾰족 솟아 있고, 날카로워 보기인 하지만 한  핏줄처럼 보였다. 


그래, 너희들은 경의선 숲길 속 철길 위에서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저 아이들은 독일의 어느 집 마당에서 평화롭게  뒹굴뒹굴하며 수천 명의 좋아요를 받는 인기 고양이로 살고 있구나. 


그리고 지금 내 곁에는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한 녀석과, 눈 인사를 깜찍하게 잘 하는 또 다른 녀석이 있지. 고양이는 늘 내게 사랑 그 자체인 것 같다. 


안녕, 고양이~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어떤 노래 들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