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서버

by 보라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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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와 SF 소설 작가의 공저인 <옵서버>는 특이하게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의 추천사를 받은 작품이다. 과학자, SF 소설가, 법의학자. 관련이 깊어 보이면서도 이 조합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거기에 양자역학을 덧붙인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아 그놈의 양자역학! 하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양자역학 관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풀어서 하는 설명을 여러 프로그램, 매체를 통해 들으면서 이해가 된 것 같기도 하지만만 다시 설명해 보라고 하면 하기 어렵다. 그나마 반복해서 듣다 보니 수박 겉 핥기로라도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기라도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양자역학 몰라도 소설 읽는데 문제는 없을지라도 이렇게 대충 개념이라도 이해하고 보면 확실히 더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옵서버>는 양자역학의 중첩 이론, 관찰자 이론을 가져와 죽음으로도 끝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모든 과학자나 의사가 전부 대문자 T는 아닐 것이고 그런 점에서 주인공인 의사 캐로 왓킨스와 노벨상 수상자이자 주인공의 큰할아버지인 새무얼 왓킨스 역시 F 성향을 지닌 과학자이자 의사라서 가능한 이야기 전개라고 생각한다. 카리브해의 외딴섬에서 실험을 통해 관찰자 이론을 입증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여러 영화를 연상하게도 한다.


삶에서 큰 상실을 겪은 사람, 더는 물러설 곳도 없는 낭떠러지 앞에 서 본 사람들에게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는 것은 믿고 싶은 희망과도 같다. 의식이 만들어내는 세계, 죽음 이후에도 나라는 세계가 이어진다는 것은 아주 매혹적인 설정으로 다가온다. 상상과 양자역학의 이론을 엮어 낸 이야기지만 이것이 실제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 우리는 입증하거나 경험할 수 없다. 삶과 죽음 앞에서 그 둘을 모두 경험하고 돌아오지 않고서는.


이따금 너무 무거운 짐이 버거워 곤한 잠에 빠져들고 나서 그 후로 영영 다시 눈을 뜨지 않은 채 이것이 삶의 끝인지, 그러니까 쉽게 말해 죽음인지 영원한 멈춤인지, 잠시 멈춤인지도 모르는 그런 어떤 상태로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찾아오는데 그럴 때 내 인식이 다른 세계에서 무탈하게 지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옵서버>를 통해 어루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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