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호시 신이치는 1928년생으로 1957년부터 sf 동인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초단편 소설 장르(일본은 이를 쇼트-쇼트라고 함)를 개척했다. 그 후로 꾸준히 초단편 소설을 써내서 1000편 이상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 책은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표제작인 <마이 국가>는 우연히 한 집에 들어간 은행 영업사원이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국가와 개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 밖에 호시 신이치 작가만의 풍자와 유머가 담긴 31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이 책에 수록된 원고를 1976년에 작성했으니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쓴 글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으면 50년 전에 쓰인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지금 세상에도 어울리는 감각을 갖춘 글임을 알게 된다.
대부분의 작품이 10분 내외로 읽기 적절한 분량이고 속독을 하는 나 같은 경우에는 짧은 글은 5분 내외로도 읽을 수 있었다. 분량도 짧지만 글을 읽을 때 순식간에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매력까지 있어 실제 체감 속도가 더 짧게 느껴지기도 했다. 표제작 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변명하는 고우베>다.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도 있을 내용들로 가득하다. 매일 지각하면서 매일 참신한, 하지만 유효기간이 짧은 변명을 내놓는 고우베. 결국 회사의 대표까지 되어버리고 진심을 다해 변명하는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인데 가식적인 회사 생활(말 그대로 가식적이라는 의미, 죽일 듯이 상사 욕하다가 상사가 들어오면 세상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회사 생활)을 꼬집으면서 동시에 우리는 어쩌면 늘 그럴싸한 변명을 갈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먼저 나온 1~5권도 다 읽고 싶을 정도로 작품들의 퀄리티가 높다. 개인 취향에 따른 호불호는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뛰어넘을 만큼 매력적이다. 작품마다 숨겨놓은 날카롭고 예리한 무언가를 웃으면서 콕 찔러 넣어버리는 입담 좋은 작가 앞에서 헤실거리다 돌아와서 아이코 왜 이렇게 베인 거야 하고 놀라서 밴드를 감는 그런 느낌의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