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하버드에 오다

by 보라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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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신학자 하비 콕스의 <예수, 하버드에 오다>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초판이 2004년에 나왔으니 22년 만의 출간이다. 2000년 이후의 20년이 1990년대 이후 20년과 비교하여 더 크고 빠른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 거의 30년 정도는 시간이 흐른 것 같은 느낌이다. 번역은 역시나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다시 다듬었다.


<예수, 하버드에 오다>는 하버드에서 하비 콕스가 20년간 강의했던 내용을 담아 정리한 책이다. 예수가 왜 하버드에 왔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래 문장으로 갈음한다.


'1980년대 초 하버드대학교 학부에서 나에게 새로 도입된 학부 교과 과정인 ‘윤리적 사유(Moral Reasoning)’ 분과에서 예수에 관한 과목 하나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을 당시, 나 스스로가 이런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 있었다. 하버드대학교 학부에서 이런 분과를 창설한 것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더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온갖 현상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부정한 거래, 불의한 범법 행위, 환자보다는 돈에 더 관심이 많은 의사들, 자기들의 연구 자료를 날조하는 과학자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왜 이리도 많이 들려오는가? 더욱 한심한 것은 왜 이런 엉터리들 중 더러가 바로 우리 대학 졸업생들이란 말인가?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왜 그다지도 많이 그렇게 엄청나게 나쁜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 학생들이 받는 교육에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는 게 아닐까?'


초판을 읽었던 기억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어서 거의 새로 읽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의 이름이나 저자, 번역자의 이름이 생소한 분들이라면 미리 알아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 신학자, 비교종교학자, 음 그리고 예수가 하버드에 온다니 이게 대체 어떤 책일까 궁금할 텐데 이런 분들을 위해 친절한 추천사의 한 대목이 필요해 보인다.


이 책은 1912년을 끝으로 예수에 대한 과목이 자취를 감춘 하버드 대학교에서 70년 만에 무조건 믿습니다를 외는 믿음 좋은 크리스천들과는 달라도 너무도 다른 젊은이들의 도마 위에서 예수가 어떻게 요리되는지를 보여준다. 처녀가 남자 없이 임신을 하고, 하나님이라면서도 십자가 위에서 하나님에게 버림받음을 한탄하고, 그런데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났다는 부활을 믿지 않으면 신앙심이 없다고 단박에 질타를 당하는 기독교인들이라면 이 책이 예수님을 찬양하는 책이 아님을 알고 읽어야 덜 놀랄 것이다.


나아가 개정판 옮긴이의 말을 새로 쓴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선생의 말을 덧붙이자면 최근 한국 토속 종교인 동학과 원불교가 주장하는 개벽 사상을 연구 중인데 예수님도 개벽 운동가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수도 그 당시 로마의 식민지 압정에 시달리는 유대인들에게 식민 정치를 종식시키고 정의와 사랑이라는 하느님의 통치 원리가 작동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힘쓰라고 선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히고 있다.


아, 그러니 기독교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제발 주여, 이게 무슨 천지개벽할 소리입니까! 이렇게 외치지 말고 이 책은 예수가 유대인 랍비로서 삶의 여러 난관과 질문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저자가 어떻게 종교(기독교)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는지, 신학을 공부하면서 철학을 전공하고 이를 하버드에서 윤리적 사유를 위한 강의로 시작하여 초대형 강의실이 필요한 초인기 강좌로 20년 동안 이끌며 수많은 학생들과의 토론에서 배운 점, 스스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결정하는 빌라도 역할을 맡아 재판에 참여하는 수업을 했던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읽힌다. (수업에서 모의로 연 재판에서도 결국 예수가 유죄를 받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그 이유가 예수가 무죄가 되면 성서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것이라 보수적인 크리스천 학생들이 유죄 표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 읽지 못한 저자의 첫 책 <세속 도시>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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