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리포트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by 보라구름


스크린샷 2026-02-03 오전 1.21.16.png


<서바이벌 리포트>라는 책 제목에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이라는 부제가 없었다면 심리학 관련 책인지 전혀 몰랐을 것 같다. 제목이 왜 이럴까 싶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심리학 관련 학위는 없지만 심리학과 관련된 콘텐츠를 열심히 생산하고 있는 작가 정여울의 번역과 추천이라 일단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겼다.



상담가를 찾은 노먼이라는 남자의 이야기와 노먼을 상담하는 심리상담가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융의 심리학, 꿈을 분석하는 방법, 페르소나와 아니마, 아니무스 등 그 안에서 자신을 대면하기 위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함을 처음부터 끝까지 뚝심 있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노먼은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고 가정을 깨려는 의지는 전혀 없으며,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서든 유지할 생각이면서도 여러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사람이다. 노먼의 아내 낸시 역시 노먼 몰래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있으며 상대 남자는 노먼도 아는 사람이다. 노먼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나 아는 척을 할 수 없다. 아내 몰래 아내의 물건을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라 아는 척을 할 수 없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무슨 아침드라마 주인공 관계도 같지 않은가. 그런데 제목은 서바이벌 리포트에, 중년(인생 2막)의 위기에 더해 융 심리상담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인가 싶을 텐데, 이건 다 상징을 담기 위한 설정이다. 물론 오로지 설정만은 아니고 실제로 40대에 접어드는 중년의 부부 중 육체적으로 멀어지고, 관계도 점점 멀어지면서 여러 문제가 야기되는 경우도 있기에 그런 점 또한 담고 있는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표면이 아니라 내면의 심리다. 노먼과 낸시 이외에도 상담가의 아니마 레이첼과 내면의 친구이면서 동시에 콤플렉스를 의미하는 아놀드도 나오니 이쯤 되면 이 설정의 관계와 의미가 다 이해가 가게 된다.



융의 심리학을 다루는 이론서에 비한다면 난이도가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에세이는 결코 아니다. 심리학 용어 자체가 낯설다면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것이고 기본적인 용어에 대해 이해하고 있고 융과 프로이트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알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읽힐 수 있다.



신경증(다양한 정신장애, 망상이나 환각 없음)의 원인을 찾는 방식에서 프로이트와 융은 차이가 있다. 프로이트는 신경증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는 반면 융은 현재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경증 자체는 과거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 현실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는 셈이다. 융은 신경증 자체가 치유의 시도라고 보았다. 진정한 해결책은 오직 내면에서만 우러나오며 진정한 변화는 환자가 스스로의 태도를 변화시킬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 스스로 무의식의 내용을 수용하고 인정할 때 신경증이 사라지고 갈등이 해결된다고 말한다.



융 심리학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데 있어 훌륭한 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융의 <레드 북>을 읽고 싶어져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keyword
보라구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293
매거진의 이전글후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