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다는 거짓말>

내 마음을 위한 응급처치

by 보라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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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독서모임 대상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그리고 이 책이 내 책꽂이에서 발견되었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던지라 관심 가는 책들을 사서 쟁여두던 버릇 때문에 이 책도 책꽂이에 들어가 있었지만 평이한 제목과,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하던 서문과 몇 챕터 때문에 한참이 지나도록 책꽂이에서 대기하는 신세가 되어 있던 책. 아, 다시 읽어봐야 하나? 별로면 어쩌지? 그런 걱정이었다.


의무감 때문에 책을 집어 들었으니 그다지 효율적인 독서가 안 될 것 같았지만, (아니 대체 나는 왜 이 책을 읽다가 말아버렸던가) 갸우뚱하면서 휙휙 빨리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비록, 초반부터 중반까지 오타가 너무 많아서 살짝 신경이 쓰였지만 말이다.


거부, 고독, 상실과 외상, 죄책감, 반추 사고, 실패, 낮은 자존감. 이 책의 각 장의 주제들이다. 세상에, 어쩌면 단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나에게 콕콕 틀어박힐 정도로 와 닿는 것들만 선별해놨나 싶어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책의 기획과 구성은 앞으로 어떤 콘텐츠로 책을 내건 꼭 참고해야 할 정도로 탐이 났다. 그렇지만 제목은 많이 아쉽다. 차라리 원제를 직역한 게 낫지 않았을까?


들춰보자면 거부 - 은따, 왕따의 경험, 고독 - 입에서 단내 나도록 말을 하지 못한 경험, 상실과 외상 - 오빠의 죽음, 교통사고, 반추 사고 - 나의 몹쓸 버릇, 실패 - 크고 작은 실패의 연속, 낮은 자존감 - 낮은 것과 과대평가 사이를 분주히 오감


한 장을 읽을 때마다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온갖 기억들이 나를 휘돌아 나갔다. 마치 죽기 전에 떠오른다는 인생의 중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상담심리 공부를 하면서, 집단 상담에 참여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놀랄 일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더 놀라면서. 저자가 친절하게 조목조목 일러 준 치료법 중 나에게 맞는 것, 그리고 해보고 나서 경험을 노트에 따로 메모를 하고 싶어 졌다.


구구절절 맞는 말만 열심히 해주는데 다 읽고 나면 그래서 난 뭘 어째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책과 확실하게 차별점이 생기는 책이다.


*그냥, 궁금한 부분 - 항상 챕터 말미에 ~ 할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아가거나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아가라는 건 알겠는데,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으라니? 자존감 수치가 급격히 낮아져서 다른 사람을 해칠지도 몰라 두렵다고 외치며 응급실에 가라는 것인가? 원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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