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치료를 해야
푸로작 복용을 시작했다. 7년 전에 약 처방을 받고 한 6개월 정도 복용한 적이 있었는데 정확히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프로작이 아니라는 것만 알뿐. 당시 불면증도 상당히 심해서 수면유도제도 함께 복용해서 약이 2~3알 정도였던 것 같다. 지금은 프로작 한 알만 먹는다.
해외에서 학회에 우울증 치료제가 전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울 증상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에게 우울증 치료제를 한 달 동안 먹도록 했더니 오히려 분노, 우울이 나타나고 폭력성향도 드러났다는 발표가 나서 한때 이슈가 되었던 것이 떠오른다. 우울증 치료제는 위약효과 이외에 어떤 효과도 없고 오히려 부작용이 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렇지 않다는 의사들의 주장과 팽팽히 맞섰다. 그리고 여전히 오늘날 수많은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제가 처방되고 있다.
널리 알려진 푸로작의 부작용 중 하나로는 두통, 메스꺼움, 어지럼증 같은 것이 있는데 일단 오늘 상태로 봐서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개인차가 있어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는 과정도 필요한데 다행히 양호하게 반응한 것 같다.
더불어, 위약효과인지 아니면 뭔가 치료를 시작했다는 성취감에 도취되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행동을 했다. 미루고 미루다 못해 엄두도 못 내던 일더미에서 일을 꺼내 들어 펼쳐 놓고 하기 시작했고 마감 일정을 정하고 미팅도 잡았다. 일 이외에도 개인적인 스케줄 3개 를 잡아서 일정에 넣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일을 하고, 시간이 나면 사람들을 만나고, 관심사가 있는 모임에 참여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내게서 너무 멀어졌던 기간이 길어졌던 탓에 조금 어색하지만 다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오늘도 잠을 푹 자기 위해서 트립토판 3알을 먹고 잘 예정이다. 멜라닌 생성에 도움을 주는 약은 우리나라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없어서 아이허브에서 주문한 트립토판을 먹고 있는데 그런대로 괜찮다. 잠이 빨리 드는 것이 확실하게 달라졌다기보다는 자다가 깨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눈을 감았다가 떴더니 아침이더라는 사람과 베개에 머리를 댔더니 잠이 들었다는 사람을 굉장히 부러워하는데 일단 전자라도 되어 가고 있으니 참 고마울 따름이다.
감기가 걸리면 감기약을 먹고 두통이나 생리통 관절염으로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먹듯이 우울에 잠식당할 것 같으면 우울증 치료제를 먹는 게 이렇게나 힘들었나 싶다. 아프면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은 몸이나 마음이나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