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은 3주에 1회에서 2주에 1회로 진행하여 꾸준히 받고 있고, 그동안 먹었던 푸로작의 투약은 중단하게 되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 약효가 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초반 한 2주 정도는 확실히 약을 먹고 나서 감정적으로 조금 안정이 되고, 폭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약을 먹기 전과 특별히 달라진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둘째, 푸로작을 먹고 난 뒤로는 두통도 자주 있었고 속도 별로 편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초반에는 나타나지 않던 증상인데 부작용이 조금 늦게 자각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투약을 중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셋쪠, 회사 건강검진을 받다 보니 내가 고혈압이라는 믿지 못할 결과가 나왔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저혈압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고혈압? 처음에는 측정 기기나 방법이 잘못되어 오류가 난 것이라고 여겼다. 이후 다른 병원에 가서 혈압을 재보았다. 두 번이나. 수치가 조금 차이가 나긴 했지만 여전히 고혈압 경계에 있었다. 놀라서 푸로작의 부작용을 검색해보니 고혈압이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위와 같은 이유로 스스로 투약을 중단했고, 투약 중단에 따른 부작용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두통이 줄어든 것은 확실히 맞고 속이 불편한 것도 마찬가지로 줄어들었다. 혈압은 아직 다시 재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다음 주쯤에 다시 측정해보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열거한 세 가지 이유 이외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투약에 대한 거부감이다. 처음에 약효가 좋다고 느꼈을 때와 같은 효과를 꾸준히 봤다고 해도, 이런저런 부작용들도 그런대로 참을만했다고 해도 결국에는 약을 먹지 않기로 했을 것 같다. 상담 시간에도 언급하긴 했지만 평생 약을 먹고살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약에 의존하게 되는 삶을 살까 봐 두렵기도 했다. 무엇보다 더 큰 걱정은 약을 먹어도 좋아지지 않으면 어쩌지? 그런 두려움과 불안이 스멀스멀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울증과 무기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두려움은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사실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굳이 부작용까지 덤으로 얹어서 받아가며 약을 먹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