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우울
한참 우울함이 깊었던 시절에는 거의 매일 아침을 울면서 시작했다. 흐느끼듯 꺼억꺼억 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려 베개커버를 적셔 축축하게 될 정도는 되고도 남았다.
오지 않는 잠을 자려 애쓰고 애쓰다 몇 시간 잠들고
출근을 위해 맞춘 알람 소리에 날 선 신경으로 깨어나
변함없는 현실 속 하루가 시작되는데
그 자체로 엄두가 나지 않아 운 적이 많았다.
나중에 친구에게 아침마다 운 적이 있다고 말 하게 되었는데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는 소리는 이따금 들었지만 울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고 위로해주었다.
오늘도 눈을 떴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이 흘러내렸다.
두렵고, 불안하고, 슬퍼서 흘린 눈물은 아니었다.
상담과 약 치료를 받으면서 서랍 깊숙한 곳에 묻어 두었던 오랜 아픔들을 꺼내보게 되고
하나씩 하나씩 펼쳐지는 그 장면들 때문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떻게 이런 삶을 버티며 살아온 거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머릿속에서는 다음 상담에서는 어디까지 이야기할까, 어떤 이야기를 할까 떠올렸다.
지금까지 가장 솔직했던 상담은 7년 전 처음 제대로 받아본 상담이었는데
그마저도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지는 못했다.
이번 기회에는 좀 더 다가갈 수 있을까? 터놓기와 내려놓기에.
그러려고 돈 내고 상담을 받고 약을 타는 건데 그럼에도 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질리도록 봐 온, 표정관리 안 되는 상대방의 얼굴과
질리도록 고민해 온,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나 경계를 설정하는 일.
습관이 되어 치료를 하는데도 여전히 작동한다.
감당할 수 없을 이야기를 털어놔서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하면 안 된다는 마음과
그래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때의 죄책감 따위가 가로막는다.
다음 상담은 일부러 좀 당겨 잡았는데, 너무 무리하게 전력을 다해 치료하려고 해도 곧 지칠지 모른다.
이것은 정말 긴 여정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