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었다.
prologue.
그렇게, 더 이상 여행이 넘볼 수 없는 것이 아님을, 오직 나를 성장시켜 준 동기와 기회였음을, 알게 되었다.
2015년 여름, 동생과 나는 처음으로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갔다 왔다. 나 22살, 동생 20살 때다.
오사카였고, 8박 9일이었고, 설렜다.
그 여행의 귀국 비행기는 너무나 아쉬웠다.
"나 또 언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당연한 어린애 었다.
집에서 용돈조차 받지 않았던 나는, 해외여행이란 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아무나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생각했다.
2016년 여름, 나는 또 비행기를 탔다.
23살, 이번엔 유럽여행이었다. 혼자였고, 40일에 이르렀다.
7개국 11 도시였다. 에든버러-런던-릴-바르샤바-프라하-로마-볼로냐-밀라노-체르마트-파리-바르샤바.
휴학 후 모은 돈으로 간 처음이었던 혼자 여행, 처음이었던 유럽여행, 처음이었던 긴 호흡의 여행이었다.
그 여행의 귀국행도 너무 아쉬웠다.
"나 언제 다시 유럽에 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2017년 여름, 또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24살, 이번엔 학교에서 했던 전공연수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경비의 반 정도를 지원받아 갈 수 있었다.
파리에서의 연수과정 3주를 포함한 약 1달의 여정이었다.
연수가 끝난 뒤에는 포르투-리스본에서 4박씩 여행했다. 역시, 혼자였다.
여전히 아쉬웠지만, 이 번엔 귀국행 비행기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해외로 나간다는 거,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2017년 겨울, 비행기에 올랐다.
여전히 24살, 후쿠오카 5박 6일, 혼자 여행이었다.
학교를 꽤 성실하게 다녀 결석 한 번 없던 나는, 졸업 전 작은 일탈을 하고 싶었고 수업 2개를 한 번씩 드롭하고 그 두근거림을 즐겼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면 여행을 갈 시간이 없을 거란 생각도 이 여행을 부추겼다.
이 귀국행은 아쉽지 않았으며, 생각도 더 발전했다.
"내가 원하면, 가려고 하면, 갈 수 있는 곳이구나."
2018년 가을, 짧은 비행을 했다.
25살, 22살 처음 동생과 갔던 오사카에 남자 친구와 함께.
2박 2일의 주말을 이용한 매우 짧은 일정이었으나 시간이 많이 지났고, 함께하는 사람이 달라 새로웠다.
2019년 봄, 세 번째 유럽행 비행기를 탔다.
연구실에서 학회 참가를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간 것이었다.
6일 정도의 일정이었고 학회에 있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암스테르담을 둘러볼 수 있었다.
연구실 구성원들과 교수님이 함께 했는데, 여행보다는 관광에 가까웠다.
2019년 여름, 전혀 새로운 곳으로 비행기를 탔다.
유럽 3번, 일본 3번을 갔었기에, 이제는 '나'라는 체스 말을 새로운 판에 두고 싶어 졌다.
학부 때 있던 동아리에서 여행그룹을 조직해 14개월간 매 달 5만 원씩 모았고
26살, 또 새로운 형태로 여행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베트남-다낭.
여행이란 것에 익숙해질 때쯤, 새로운 환경/문화에 대해 시야가 확장되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여행을 계획하는 것과, 공항으로 가는 길, 불편한 비행기에서의 시간, 입국장의 소란스러움, 비로소 밖으로 나갔을 때 느낄 수 있는 미세하게 다른 공기, 우연히 발생하는 한 두 마디의 대화들, 일상을 떠났기 때문에 느껴지는 여유로움, 불쾌한 일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모두.
내게 여행은 일상이 아니다. 그래서 그렇게 거창하다.
2015년 첫 해외여행부터 매년.
생각지 못한 기회가 왔고,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기회를 만들었다.
여행은 내 생각을 넓혀주었고 내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모든 디테일을 기억하진 못한다.
그러나 그 희미한 모든 순간에서 나는 나를 성장시켰고,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 보다 더 나은 나'가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여행은 해외여행으로, 이상 여행이라 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