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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르쥬 May 24. 2024

고양이보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 신피질의 재앙

별고나 2024년 5월 24일 금요일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 1화에 나온 대사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바로 "신피질의 재앙"이라는 부분이었다. 드라마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시간 개념을 담당하는 부위가 두뇌 바깥 부분의 신피질입니다. 고양이는 인간과 다르게 신피질이 없죠. 그래서 매일 똑같은 사료를 먹고 똑같은 집에서 일상을 보내도 우울하거나 지루해하지 않아요. 그 친구한테 시간이라는 건, 현재밖에 없는 거니까. 스무 살이라서, 서른이니까, 곧 마흔이라서, 시간이라는 걸 그렇게 분초로 나누어서 자신을 가두는 건 지구상에 인간밖에 없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나이라는 약점을 공략해서 돈을 쓰고 감정을 소비하게 만들죠. 그게 인간이 진화의 대가로 얻은 신피질의 재앙이에요"

고양이 집사라면 매번 동일한 공간에서도 잘 놀고 잘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적이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본디 영역 동물이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는 신체적으로 인간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게 바로 신피질의 유무인데 거의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인간은 신피질의 재앙으로 인해 출근길이 유독 힘들게 느껴지고 매일 챗바퀴가 돌아가는듯한 반복적인 일상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매일매일 새롭게 살려고 하지만 이는 태생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일종의 결핍이자 빈곳을 채우고 싶은 갈망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신피질의 재앙을 겪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현재를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지난 3월 막둥이 고양이 '뀨'가 죽은 이후 내 시간은 여전히 과거 속에 멈춰져 있다. 죄책감을 기반으로 한 상실감은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픈 일이라는 걸 난생처음으로 겪고 있는 중인데 내향적이었던 나한테는 절친이자 가족이 동시에 세상을 저버린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숫자에 유독 집착하는 것도 신피질의 재앙의 영향이라고 본다. 브런치 스토리에 올린 연재 글을 되돌아보니 유독 뀨가 죽은 나이가 6살이라는 걸 강조해 놓은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현재에 충실하지 못했고, 숫자의 굴레 역시 벗어나지 못했다.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진화된 존재라고 하지만 숫자에 나 자신을 가둔다면 행복은 요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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