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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르쥬 Jun 21. 2024

애착 고양이 뀨에게 쓰는 편지... 하얀 물망초 꽃말

별고나 2024년 6월 21일 금요일

우리 막둥이 뀨야... 잘 지내고 있니? 여기는 날씨가 상당히 무더워졌단다. 너도 6년간 살면서 한국이란 곳이 얼마나 기후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는지 잘 알고 있을 거 같단다. 고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머리 회전이 빠른 삐쥬는 발 빠르게 현관 구석에 있는 대리석을 아지트처럼 쓰고 있단다. 개인주의 아니 개묘주의가 강한 고양이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구나. 그런 측면에서 보면 뀨는 참 특별하고 신기한 아이였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항상 나만 바라보고 조건 없는 사랑을 주던 그 순간들이 여전히 선명하고 생생하게 기억난단다.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내가 항상 보이는 곳에 있었고 잠을 자거나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갔던 게 아니라면 나를 계속 지켜봤던 게 눈에 선하단다. 항상 나만 바라보다가 기회가 되면 꾹꾹이와 같은 스킨십을 하면서 애정을 표현했던 그 순간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이미 때늦은 후회이구나...

사실 원래는 다른 주제로 별고나 연재를 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너한테 편지를 쓰는 걸로 변경을 하게 되었단다. 최근에 M4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했는데 배경화면에 있는 사진 위젯에 뀨의 사진이 올라왔단다. 그 사진을 보고 나는 하염없이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 네가 마치 자는 것처럼 옆으로 누워 쓰러져 있던 모습이었단다. 눈은 뜨고 있었지만 코와 입은 새파랗게 질러져 있던 모습... 나는 그걸 보는 순간 이 사진을 추억이라고 추천해 준 애플의 알고리즘을 무던히도 원망했단다. 아직까지 AI가 고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패드는 네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걸 알 수 없었을 것 같다. 반려동물 고양이라는 것 정도는 식별이 가능하니 그걸 두고 추억의 사진이라고 추천해 준 것 아닐까 싶다. 위젯을 길게 눌러 '추천 안 함'이라고 선택했으니 해당 사진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 같구나...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내가 한 행동이 죄책감을 줄이려고 하는 무의식적인 표출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확실히 말해줄 수 있단다. 지난 3월 9일 떠난 이후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고 단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야... 하얀 털로 가득한 뀨의 사진을 보면서 하얀 물망초의 꽃말이 생각났는데 그게 바로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의미란다. 유독 애교도 많고 시샘도 많았던 뀨의 생전 모습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비록 원래 의미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마음을 담은 꽃말이지만 묘연이 쌓이고 쌓이면 고양이와 인간도 충분히 이러한 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는구나...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던 난청 고양이 뀨

항상 나와 함께 할 수 있길 원했던 집착 고양이 뀨

죽기 직전까지 무한한 사랑을 줬던 애착 고양이 뀨


하얀 물망초의 꽃말처럼 너를 평생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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