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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Feb 14. 2022

마흔, 본전 찾는 운동인이 되고 싶습니다.

이영미 에디터 님의 <마녀 체력-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결과는 나빴다. 지지난 주 주말. 우리 집 풍경은 이랬다. 남편은 허리디스크가 심해져 누워있고

아이들은 게임에 빠져있고. 밥 할 사람은 나였다.  그래! 이 참에 힘들게 세끼 하자! 이러면서

먹고 싶던 모든 메뉴를 토요일과 일요일에 모두 시전 했다. 없는 재료는 중간중간 마트를 다녀와서

채워가면서 다른 일을 해가면서 그렇게. 남는 시간은 아파트 공용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을 달렸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다음날은 예전에 사다 놓은 <마녀 체력: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지금 왠지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 같았다. 낮잠을 잤지만 왠지 피로가 안 풀렸다. 그래도 오후에는 심기일전해서 집에 만 죽치고 있는 세 사람을 끌고 다이소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칼바람이었다. 그래도 이왕에 나왔으니 끝까지 걸었다.


문제는 그다음 날 일어났다. 갑자기 콧물이 비 오듯이 쏟아지면서 재채기. 감기가 옴팡 든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녀 체력>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체력을 키우자고 각오했는데 갑자기 자빠진 기분이었다. 약을 먹으면 났겠지 이랬는데 웬걸. 코에서 전쟁이 난 것 같았다. 타이레놀을 먹으니 속이 아파왔다. 거기에 아이까지 어린이 집을 안 가겠다며 울기 시작하니, 이건 뭐. 그렇게 월요일이 가고, 화요일이 왔지만 상황은 똑같았다. 결국 엄마를 불렀다. 그렇게 엄마 찬스를 쓰고 수요일은 잠깐 어린이 집을 갔고 목요일에는 결국 선별 진료소 행. 음성 판정을 받긴 했지만 기나긴 행렬과 아이들의 통곡 소리를 다시 듣고 병원까지 가서 다시 2차로 난리통을 보고 왔다. 이날은 남편을 대동했으니 연차까지 까먹은 걸로. 그렇게 뻑센 주말을 힘겨운 일주일을 불렀다. 


남편은 내가 누워있으니, 악마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주말에 찬 바람 맞고 걸어서 그런 거야~". 

자기를 억지로 운동시켰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 뭔 소리야? 난 운동한 거라고"


우리 두 사람은 항상 그렇지만, 나는 이론가. 남편은 지극한 현실론 자다. 우리 둘이 의견이 다를 땐 항상 남편의 승리다. 백이면 백. 어쩌면 내가 찍는 건 하나같이 꽝인 건지. 메뉴부터 날씨까지. 


그래도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믿기 어렵지만. 헬스장을 몇 번씩 돈을 갖다 바치는 부류로서는 몇 번이라도 갔던 것이 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몸은 그러니까 세상에서 제일 보수적인 게 내 몸이란 말이다!


평생을 살아도 내 몸은 안 바뀌고 그렇게 살았단 말이다! 그니까. 몸은 완강하게 버틴다. 운동을 한다고 근육이 늘고 살이 빠지고 몸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살이 빠지는 대신 몸살만 났다. 


우리가 운동을 하기 위해선. 거기에 적합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다시 말해 평소 활동에 베이스를 까는 것이다.


그러니까. 러닝을 하기 위해서는, 몸에 정말 좋은 역할을 하는 러닝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걷고 뛰는 것에 익숙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근육들이 기억을 해야 한다. 갑자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강도 3의 운동을 하려면


강도 1이나 강도 2 운동이 일상화되어있어서 무리를 주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운동한 다시고 뛰고 멈추고 갑자기 다시 시작하는 게 몸에 얼마나 무리를 주는지. 그때 깨달았다. 그렇게 패턴을 일정하게 일정한 시간을 잡는 것 자체가 운동 초보자에게 극복해야 할 과제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운동의 신은 냉정한 분이셨다.


또 하나는 피로한 상태에서 운동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사무직으로 9시간을 일했으면 당연히 신체적 운동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하루 종일 서서 뭔가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육체적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하라도 하는 사람이 있던데, 일부 전문가들은 피곤할 때 운동하는 것을 피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 양심에 손을 얹고 정말 오늘은 몸이 너무 힘들다 싶으면 그냥 차라리 집에서 쉬는 편이 났다. 나의 케이스는 후자다. 고수가 된다면 달라지겠지만. 어차피 10년을 보고 하는 거라고 하지 않은가. 마녀 체력의 이영미 작가님도. 이러다가 포기하면 안 되겠지만.


또 하나는 내 몸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결코 무시할 것이 아니다. 나는 비염환자다. 호흡기가 약하다. 미세먼지에도 약하다. 이런 날씨를 이기면서 실외운동을 시도하기엔 손실이 너무 크다. 차라리 그럴 때는 집안에서 홈트를 하는 편이 났다. 


마지막으로는 마흔 넘어 운동을 하는 것에 가장 큰 복병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건 관절이다. 걷기는 어느 정도 쉽지만 그보다 조금만 단계를 높여도, 운동에 무리한 욕심을 내면 안 되는 이유를 최근 재활의학과 교수님의 유튜브를 보고 알았다. 사람의 관절이란 노화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약해지는 부위라는 걸. 디스크와 관절이 생각보다 섬세하고 약한 걸. 근력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다는 걸.  마흔에 시작해 철인 3종을 하신 마녀 체력의 저자님은 솔직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중에는 본인이 부족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실력이 늘었지만 자만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재활의학과를 찾는 디스크 환자 중에는 운동을 안 하는 사람 못지않게


무리하게 운동해서 다치는 사람도 많다는 걸. 


(요통이 단순히 허리에 담이 걸린 것이 아니라, 디스크 탈출에서 온 것이라는 걸. 정선근 교수님 책을 보고 알았다. 사람의 디스크는 그렇게 일생동안 몇 번 찢어지고 붙고를 반복한다고 한다. 다만 디스크 회복 기간은 1년에 가깝다.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올바른 자세를 사는 것.. 그것뿐)


트레이너에게 배울 형편이 안되어서 결국 독학으로 근력운동을 배우는 형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막 운동은 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좋은 의도로 하다가 병원 신세가 되는 건 너무하다. 기계적으로 하는 스트레칭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요약을 하자면. 중년에게 운동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중년에게 운동이란 남들과 비교하거나 운동의 새로운 기술을 보이는 것도, 스코어를 따는 것도 아니다. 중년에게 운동이란 자기 자신의 수준에 맞는 현실적인 운동이어야 한다그래도 노력은 항상 가치가 있다. 그런 면에서 어딘 가 찾아가서 운동을 하는 것 못지않게, 집에서 앉는 시간을 줄이고 저강도의 활동이라도 계속해야 한다. 일반인에겐 요가나 필라테스 조차도 쉬운 운동이 아니다. 


뒷발차기 운동, 계단 오르기, 뒤꿈치 들기, 제자리 걷기 특별히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운동이라도 계속하다 보면 그것 마저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유산소 운동은 포인트 도장을 찍듯 시간에 상관없이 10번을 하면 10번 다 합산이 된다고 한다. 운동을 일단 시작하면 작든 크든 손을 놓지 않아야 한다. 또 2시간 작업이면 2시간을 풀로 앉아서 하는 것보다 중간에 일어나서 돌아다니다가 다시 앉는 편이 더 났다 한다.


근력운동도 헬스 머신이 너무 강도가 세고 부담스럽다면 고무밴드를 사다가 집에서 횟수를 늘리기로. 등산도 돈은 안 들지만 알고 보면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간다니. 방법과 도구는 다르지만 좀 더 일상적이고 자주 할 수 있는 운동방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초보탈출을 할 수 있다면야. 언젠가는 산에도 오르고 근육통도 탈출하고, 며칠을 돌아다녀도 쌩쌩한 그런 몸을 갖게 되지 않을까.


책에는 운동에 대한 낭만이 있지만 그런 것 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그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다행히도 마흔이라는 나이는 무얼 해도 예전보다 부끄러움이 덜 하다. 실패해서 자존심 망가져봐야 더 나빠질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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