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물건을 갖고 있는 건 드문 일이다. 결혼하고 이사하면서 대부분 다 버렸다. 얼마 전에 나온
싸이월드도 복원되어서 계정을 찾았지만 친구 사진 몇 장 찾고는 다시 보게 되지 않는다. 왠지
구구절절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진 않았다. 아무래도 뭔가 싸이월드의 그 감성이 지금은좀 오글거리는 느낌으로 오기 때문일까. 그때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는데 말이다.
반면에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십여 권의 잡지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잠시 있었던 민회 덕분에 알게 된독립 잡지였는데 이름은 <싱클레어>다.
결혼하고 몇 번 집을 옮겨도 책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잘 간직해 왔다. 읽을 시간 없이 바쁘게 살아오던 어느 날 너무 더워서 잠도 안 오는 밤에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워그 당시에도 읽기엔 너무 많았던 글들을 하나씩 꺼내 읽었다. 삶이 팍팍할 때도
언제나 받아주는 책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싱클레어가좋은 건 심심할 때 하나씩 간식처럼 꺼내 먹듯 읽는다는 것. 처음 읽는 것처럼 글쓴이들의 생각과 느낌은아직도 감정들이 잘 보존되어있다. 생각만큼 세월을 타지 않았다. 그만큼 편집자의 정성이 들어가서일까. 컬러인쇄도 방금 어제 나온 것 같다. 사진이 다만 좀 깨져서 인쇄된 건 그 당시의 기술 때문인지도.. 그래도 뭐 20년이나 흘렀는데 말이다.
왠지 느낌이 브런치와도 약간은 비슷하다. 소소하게 담겨있는 독자들의 각자의 사연들. 읽어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스토리. 단순한 결말. 가끔 나오는 만화. 그리고 사진.
그때 한꺼번에 읽지 않고 버리지 않아서 이렇게 오래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
아직도 이 잡지는 발행되는 걸까. 다행히도 인터넷 서점에 있긴 하다. 그때 그 편집장님도 잘 계실는지.
그 많은 세월에 다 사라져 버린 것들 사이에서 아직도 남아있는 이 잡지가 고맙게 느껴지는 이유다. 아마도몇 번은 멈췄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문득 20년 전 일기장을 펼치듯 2002년 7월 8월 호를 꺼내 읽어본다. 사실 2002년이면 월드컵과 붉은 악마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만. 작은 이야기들이
더 많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중에 너무너무 더운 인도 이야기. 길에서 소가 픽픽 쓰러져 죽는. 길에서 변압기가 터지고. 사람들이 지쳐 쓰러지는 인도이야기.
예전이야기인데 지금을 말하는 것 같은 건 뭘까
지난밤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에
지난 나를 보듯이..
얼마 전 만난 누군가가 말했다. 5살부터 신동소리를들었지만 정작 부모님의 지원이 없어 평범하게 사는 누군가를 이야기하며, '약해빠진 지식인'이라고. 그런 사람들이 사는 건 본인들끼리 모여 살면서 교류하고 사는 것 밖에 없는데 그런 애가 세상에 나와 견디고 살겠냐고.
그 말을 들으니 겉으로는 웃었지만 사실 좀 어질어질했다. 세상사람들이 책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는 시각을 그대로 나타낸 것 같아서다 하지만
반박할 여지도 있다. 힘의 원천이란 게 각자 다르다는 걸. 멘털의 힘이라는 약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약하지 않다는 것. 서유기에 손오공이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