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생긴 변화 가운데 하나는, 도무지 관심도 없던 '달리기'에 재미를 붙여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재미가 어느 정도냐 하면 관련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달리기에 적합한 장비를 보는 데에 꽤나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한동안 읽고 쓰는 일을 접어둘 만큼 그 매력에 빠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체중을 10년 넘게 유지 중인 과체중 유지어터인 나로서는, 달리기에 대한 마음과 관심만큼 잘 달리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걷뛰를 반복하며 조금씩 달리는 시간을 늘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옆에서 보면 저게 걷는 건지 뛰는 건지 헷갈릴 정도지만 그 과정이 보람 있었다. 초보 러너에게는 매 순간이 즐겁지만은 않다. 걷고 뛰는 일정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게 다가올 때에는 버겁다. 그래도 이런 나 같은 초보 러너들에게 도움이 되는 어플이 있어 페이스메이커를 옆에 두고 뛰는 기분이 드는 것은 신선하고도 흥미롭다. 그리고 그 기분이 좋아 새벽에 기상하는 시간이 조금씩 앞당겨졌고 4월 한 달간 운동이 익숙해지는 생소한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그랬다. 사실 어제부터 왼쪽 종아리 뒷부분과 무릎에 미세한 당김과 통증이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휴식보다 루틴을 택했다. 하루하루 쌓아가며 인스타에 인증샷을 올리고 동종의 관심사를 가진 불특정 소수로부터 좋아요 를 받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고, 이 행위를 하루 쉰다는 것이 나에게는 나태함으로 인식되었다. 몸이 내보내는 아주 작은 신호를 가볍게 여긴 결과는 뻔했다. 7분가량 뛰다가 천천히 걷기를 하던 도중 오른쪽 다리에는 쥐가 나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오늘의 운동은 종료되었다.
이제 막 러닝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하루 걸러 하루 운동, 그러니까 주에 3-4회 정도의 러닝이 적당하다고 한다. 재미를 붙이게 된 초짜에게 이건 참으로 어렵다. 새벽에도 나가고 밤에도 나가게 된다.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고 꿈틀거린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제는 무릎과 발목에 테이핑까지 해뒀다. 이제야 드는 생각이지만, 테이핑을 하고 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쉬는 게 맞았다. 적어도 나와 같은 진정한 초보 러너(솔직하게 러너보다 조거;Jogger에 가깝다.) 에게는 말이다.
관심이 가고 새로운 흥미를 안겨주는 대상에 종종 중독이 되곤 한다. 심각할 정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상의 균형을 변화시킬 정도의 비중이 생기는 상황이라면 나는 무언가에 중독되어 간다는 뜻이다. 그게 무엇이든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중독이라 하더라도 피하는 것이 맞다. 42.195km를 달려야 하는데 중독은 페이스 조절을 실패하게 만든다. 지금 조금 더 움직이면 기량이 향상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 능력의 총합은 다양한 시도와 실패 그리고 순수한 노력의 누적 값이 될 테니까. 다만 몸을 쓰게 되는 운동의 경우는 휴식도 훈련의 과정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그 휴식이라는 훈련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결과는 강제적인 운동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막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초보 러너의 입장에선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벼운 걷기, 호흡법 연습, 충분한 영양섭취 등으로 그 시간을 채워간다면 더 오래, 더 가볍게, 더 즐겁게, 더 건강한 달리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중독에 디톡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