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최근 힘들어하던 팀원과 대화를 한다.
힘든 일 있으면 편하게 말해보라는 상투적인 접근법으로 대화를 시도하다, 결국 내 할 말만 하고 상담은 마무리된다. 대게 일반적인 팀장과 팀원의 대화 구조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나 역시도, 내가 해야 할 말, 더 정확하게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접어두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서 대화를 이어나갈 소재를 찾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보통은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고. 결국 팀장이라는 위치에서, 나의 시각에 흡족한 업무 결과를 내기 위해 과정부터 지도를 하게 되는 우를 범하며 결국엔 팀원들과 멀어진다.
조직 내 상호 간 의사소통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언제의 어떤 기준부터 나아졌다고 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기준이 되는 지점을 정하고 소통과 불통의 경계를 구분 짓는 일이 가능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한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이 문제라고 느끼고 있으며, 어떤 해결책을 원하는지를 인지해야 그다음 단계가 진행된다. 말을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이 될 때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몇 년 전 한 선배에게 들었다. 말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일단은 들어야 한다. 그냥 듣는 것이 아닌, 집중해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1차적으로는 '귀를 기울여 들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경청(傾聽)이라지만, 산업안전 대사전에 수록된 바에 의하면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있는 동기(動機)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 하여 주는 것을 경청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경청해야 한다. 더군다나 팀원의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위한 대화가 전제조건이라면, 팀원의 상황과 어려움, 그리고 성과 도출에 있어서 허들이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반드시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상담도 마찬가지다. 힘든 일 있으면 말해보라고, 술자리에서도 빈번하게 이야기하지만 결국엔 나 스스로의 잔소리로 술잔이 채워지는 씁쓸한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를 하기 전에, 나는 얼마나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할 문제이다.
(feat. 한 케이블 방송에서 경제 관련 상담을 한다면서, 고문자의 말을 계속해서 끊고 자기 할 말만 진행하는 '전문가'의 모습을 보며. 물론 방송이라 불가피한 부분은 있었을 거라 충분히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