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가 있던 탓에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평소 때보다 많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서만 보내야 했던 시간이 늘어남에,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투닥거릴 수 있게 되었는데, 문득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정말 이기적인 아빠구나 싶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날 땐 가족과 보낼 수 있는 단 5분의 시간도 그렇게 소중해서 직장에 메인 삶을 평생 살 자신이 없었기에 은행을 퇴사하게 됐는데, 요즘은 가끔 아이들이 알아서 잘 놀아줬으면 할 때가 있다. 특히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하는 나만의 시간을 보낼 때는 더더욱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은행을 나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연휴 내 묵은 짐들을 정리하며 미니멀리즘의 초기단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내를 따라, 방안의 이런저런 물건들을 정리했다. 쉽지 않았다. 그러다 금세 쉬워졌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미니멀리즘>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물건을 하나씩 비워갈수록 나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많아진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더 많은 짐들을 정리하면, ‘비워졌다’는 감정이 크게 생겨날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1~2년간 들여다보지도 않았던 수첩 등 문구류가 지나치게 쟁여져 있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나로서도 매우 놀라웠다. 지금까지 이런 것들을 끼고 살며, 불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언젠가는’ 필요해질 것이란 생각에 ‘준비’해두었다고 생각했었던 물건들이었기에 나눔을 하고 필요한 누군가에게 되파는 행위가 편치 않았다.
최근 읽었던 <<청소력>>이라는 책에서, 묵은 것들을 비워내야 새로운 좋은 것들이 들어온다는 내용을 읽었는데, 이번 명절에 특히 이 부분에 대해 공감하게 했던 몇 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사실 작년 8월 말, 13년간이나 유지해온 커리어를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터전을 옮긴 이후부터 줄곧,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경쟁률에서 당첨된, 말 그대로 생에 최초로 당첨된 청약을 비롯해 최근 회사와 관련된 설레는 소식까지 모두 내 삶을 보다 더 풍요롭고 안정되고 여유 있게 만들어주는 일들이었다. 물론 과정의 스펙트럼을 살펴보자면야 매일이 기쁘고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새로운 영역에서의 도전이었던 만큼, 난 정말로 중고신인이 된 기분이었고 동료들로부터 다양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물론 아직까지도 난 계속해서 배워가는 중이다.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과 긍정의 힘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는 사실은, 나의 감정과 마음 상태를 좀 더 안정된 곳으로 올려놓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내가 바라는 모든 일들을 꿈꿀 수 있도록 해 준 지금의 상황과 환경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 주변에서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모든 이들에게도.
작년 12월 심적으로 여러 가지 부담을 갖고 있던 상황에서부터 “Design My Day”라는 새벽 일기에 내가 기대하고 바라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그러나 매일 써보려고 시도했다. 어떤 날은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에 “Thanks My Day”라는 감사일기로 무탈하게 잘 보낸 하루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소소한 기록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참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이, 그러한 마음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그러다가 무언가 기분이 좋아지는 소식이 들려오거나,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때에는 ‘내가 정말 운이 좋고, 참 좋은 환경에서 너무나도 좋은 이들과 함께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완벽하게 다스리게 될 수 있게 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동안은 글로 풀어내는 노력과 함께, 의식적으로 감사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 시간마다 알람을 해서라도 그때만큼은 어지럽고 부정적인 생각을 몰아내고, 긍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채워가고자 하는 시도를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감사함들 덕분에 나의 일에 부스터가 되어줄 좋은 아이디어들도 많이 떠오른 시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또 잊고 지냈던 것들에 감사하는 법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한주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한주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