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거창해야 할 이유는 없다

by Davca

퇴사를 하는 순간들은, 인생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실제의 의미보다 더 무겁게 다뤄진다.



나로서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도 쉽지 않은 마음의 정리와 함께하던 이들과의 환경에서 나라는 존재를 떼어내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면에서는, 지난 시간에 대한 나의 진심과 열심의 한 줌을 더 의미 있게 포장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 옆에 있던 동료가 회사를 나갈 때와는 전혀 다른 전개와 결말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존중받고 싶었나 보다.




퇴사 후 한동안은 이런저런 연락이 온다.

안부를 묻기 위해 고민하다 연락을 했다는 후배들의 연락이 감사하다. 간혹 업무와 관련된 통화가 있을 때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뭘 놓치고 나온 것인지, 내가 잘 마무리하지 않은 것은 없는지. 다행히 이런 연락은 오지 않는다. 누군가 퇴사를 한 이후에 그 사람을 찾아야 할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두세 달 후에나 알게 되는 상황이었다면 시스템이 문제이거나 나의 퇴사 이후 해당 역할을 하는 이가 챙겨야 하는 것들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시 떠나온 그곳에 어색하게 방문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오는 그림 또한 말이 안 된다. 물론 이는 퇴사 이전에 실행되어야 하는 인수인계의 과정이 충분해야 하고 업무와 관련된 문서에 대한 정리 또한 완벽하게 이루어졌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내가 놓치거나 해태한 것을 내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나를 찾지 않더라도 나에 대한 '떠나간 이에 대한 평가'가 찜찜하게 남게 되고 이는 결국 어느 상황에서든 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도망치듯 떠나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 보통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기에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되면 어떤 경우에든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여기까지 잘 마무리가 된 상황이라면, 거창하지 않은 퇴사를 준비해야 한다.

남아있는 이들에게 이 직장은 현재이고 현실이지만, 나에게는 과거가 되기 때문에 나의 퇴장에 주변인들의 감정이 이입될만한 요소들을 들이는 특정 행위, 말 등을 조심해야 한다. 말 그대로 조용한 퇴사를 지향하는 것이 옳다. 지난 추억을 감사한 시간으로 매듭짓는 자리는 그간 함께 마음과 시간을 나눈 몇몇과의 소소한 자리로 충분하다. 쫓겨가듯 문을 나설 필요는 없지만, 꽃가마를 타고 퇴장할 이유는 더더욱이 없다. 아, 당연히 이는 한 직장에서 35년, 40년을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2-3년의 시간들을 보내고 다음의 계단으로 올라서거나 다른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 자의로 지금의 상황을 끊어내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를 거듭하며 퇴사를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퇴사의 이유와 상관없이 개인과 조직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을 보냈다면 그것으로 내가 해내야 할 몫은 충분했다. 화장실에서조차 머문 자리가 아름답기를 바라는데, 직장에서 그러지 못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반대로 화장실보다도 못한 곳에 지금의 내가 서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나 자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조직과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이전에 나 자신을 갉아먹는 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거창하지 않은 퇴사를 할 수 있다면, 지극히 평범하고 평온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머물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결말이다. 그러니 마지막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자. 자신에게 조용히, 수고했다 말해주고 함께했던 이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만 남겨두자. 퇴사가 거창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은, 다른 누가 아닌 나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