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후회하고 있다면

새싹을 피울 준비를 하자

by Davca

중요한 일이 아닌 내 눈앞에 놓인 급한 일들을, 마치 도장 깨기 하듯 살았다.


삶의 의미와 목적 대신 돈을 좇다 보니 사람과 환경에 메였다. 정작 내 속은 문드러지면서도 매니저들에겐 원론적인 얘기들로 그들을 위로하려 애썼다. 기댈 곳도, 사람도 없어졌단 사실을 그땐 몰랐다. 리더이기에 외로운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견뎌내야 하는 나의 몫이라 생각했다.


나를 가운데에 두고 좀 더 촘촘한 삶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연봉이 오를수록 이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행복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더 나아진 것 없이 외력에 의한 구속은 갈수록 심해졌다. 다들 그리 사는데 혼자만 유별난 것 아니냐고 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나의 삶인데 유별나야 맞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흔한 군상 중 하나가 되고 싶지 않았다.


퇴사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지금의 삶이 싫은 것뿐.

그 어떤 장황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아도 공통점 하나는 지금처럼, 이 공간에서 살아가진 않겠다는 것.


거창한 의미를 부여할수록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두려워지고 어색해진다. 새로운 길을 가겠다 마음먹었다면 그저 필요한 것들을 해나가면 된다. 급한 일이 아닌 중요한 일을 우선적으로 해나가면 된다. 돈보다 가치와 의미를 좇고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을 할 수 있으면 된다. 가장으로서 버려선 안 되는 책임만큼의 무게를 온전히 지고 있다면, 남은 에너지는 나 자신과 앞으로의 길에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시간들의 영광스러운 트로피들을 떠올릴 때마다 쓰린 속을 움켜잡는 민망한 행위는 이제 멈춰야 할 때이다. 결국 또다시 그때의 생활로 돌아간다면 반복되는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17년간의 경험을 복기하고 기록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거리낌 없이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구겨버리고, 누군가는 힐끗 볼 것이고, 어떤 이는 두고두고 살펴볼 것이다. 지구상 82억 명 인구 가운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82명 보단 많지 않겠는가. 사적 이로움에 기대지 말고 공적 기여에 가치를 두자. 그렇게 하루씩 나아가는 것의 위대함을 생각하자.



그렇게 위대한 정리를 시작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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