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회사 언제나가?

by Davca

아들과 둘이 있던 평일 오후, 아이는 내게 물었다.



아빠는 회사 언제나가?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왜?'라고 반문했다.

친구들을 데려오고 싶은데 매일 아빠가 집에 있으니 데려오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 오는 날을 알려주면 아빠가 나가있겠다고 했더니, 그건 싫다고 한다. 나 또한 그랬고, 많은 아빠들이 출근과 퇴근을 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잘 와닿는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아들의 이 질문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들이 들게 했다.



정말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첫 재택근무를 했던 때가 코로나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두 번이나 양성판정을 받고 격리할 수밖에 없던 상황과 회사에서 급하게 재택근무 정책을 만들던 시기와 맞물렸다. 이커머스 플랫폼이었기에 재택은 수월했다. 모든 미팅과 팀원과의 1on1은 모두 Zoom으로 진행했다. 팀 운영비는 차곡차곡 쌓여 1년에 한 번 거리 두기가 완화된 때에 같이 저녁식사를 하거나, 그마저도 힘들었을 땐 재택근무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두 아이에게 한창 손이 많이 가던 4살, 6살 시절에 아빠가 집에서 일도 하고 육아에도 적잖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행운이었다.



그런데, 이제 2학년이 된 아들은 집에 있는 아빠가 가끔은 혹은 생각보다 자주 불편한 것 같다.



새벽같이 나가서 늦게 오던 아빠는 잔소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존재였는데, 이제 시시때때로 참견하는 것 같을 테니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걱정된다. 나는 앞으로도 집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마치 이것이 '놀고 있는 것'과 같이 인식되면 어떻게 할까 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든 노트북과 이어폰만 있다면 미팅하고 이메일로 업무를 이어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들 눈치에 의도적으로 밖에 나가는 선택을 하고 싶진 않았는데, 커가는 아이들의 입장을 존중해서.. 어떤 면에선 집에서의 자리비움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 대한 고민은, 어느 장소에서 일하는가 에 대한 것도 포함된다. 초등학생 두 아이의 아빠의 입장에선 말이다. 가족과 오래 함께해서 좋을 시절이, 나의 예상보다 더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두 아이의 사춘기도 가급적이면 늦게 찾아왔으면 좋겠고. 친구들과 집에서 놀아야 하는 때엔 서운함 없이 공간을 내어줄 테니 아빠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든든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간 너희들도 나처럼, 스스로 하고 싶고 원하는 일의 가치를 믿으며 모험하는 인생을 살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렇게 어렵사리 30화 연재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일과 연관된 주제가 생각나면 사전 계획 없이 손 가는 대로 글을 썼다. 그러다 보니 짜임새 하곤 거리가 멀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생각과 마음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둘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입사하는 마음과 퇴사하는 마음은 각자의 의미로 설렘과 걱정을 안고 있다.

매일 눈을 뜨면 새로운 시작이다. 퇴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긴 잠에서 깨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자 마음먹는 것, 그것이 퇴사다. 특별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것도 아니다. 퇴사라는 의미가 내게 주는 크기만큼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나의 선택이다. 모든 퇴사자가 넘쳐나는 자신감으로 사직서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지금보단 나을 것이라는 희망, 그것이 합리화라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를 격하게 맡고 싶어진다. 두어 번 반복되면 그땐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퇴사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그림들은 세부적인 내용만 차이가 있을 뿐 멀리서 보았을 때는 많은 부분 유사성을 갖는다. 결국 나의 선택이다. 퇴사를 통해 얻는 것이 자존감이든, 또 다른 진로의 시작이든, 가족과의 시간이든, 잠시의 휴식이든 나는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더더군다나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와 자녀가 있는 입장이라면 조금 더 계획적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그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확률도 높다. 이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퇴사라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다시 활동적으로, 나의 일을 해낼 수 있는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오랜 쉼은 나태함을 만들고 나태함이 일상이 된 하루는 우리의 뇌를 멈추게 한다.

그러니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 걷고 읽고 쓰고 햇빛을 보고 또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누가 봐도 무의미해 보이는 그런 일이라도 내겐 정말 소중한 일상일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 앞에 서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응원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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