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다니면서부터 자기 계발에 목마른 사람이 되었다.
십 대와 이십 대를 거치며 즐겁게 읽던 소설을 읽는 것은 이유 없는 죄책감을 느끼게 했고 나를 좀 더 바빠 나아갈 수 있도록 몰아세웠다. 사회에서의 경쟁은 학교에서의 그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고 나는 매번 완전히 스스로를 고갈시키는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괜찮은 체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삼십 대 초반 직장에서 쓰러졌다. 앰뷸런스를 타고 근처 대학병원으로 향하던 중 의식을 되찾았다. 나는 벗어나고 싶었다. 진짜 나의 것을 살고 싶었다. 그럼에도 지금 나의 위치가 주는 현실적 만족감과 경제적 안정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결정을 해야 했다. 이렇게 더 가다가는 죽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매 순간 나를 짓눌렀다. 하루하루가 고통이었고 절망이었으며 영혼 없는 삶이었다. 그런 나의 생각과 마음은 표정과 행동에 묻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로 인해 나의 가족들과 주변인들까지 힘들게 했던 것이다.
그 삶을 끊어내는 것은 나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았다. 이제 딸은 태어난 지 6개월이 갓 지났는데, 외벌이인 나는 지금의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이 나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나를 믿고 시집온 아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큰 사건 하나를 만드는 것이라 여겼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야 했다. 살고 싶었다. 그저 생명줄이 붙어있는 것 말고, 나 자신에게 주어진 이 세상을 내 방식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이번 생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믿었다. 나의 퇴사는 과감했고, 일방적이었으나 구체적 계획이 없었다. 이직을 위한 퇴사가 아닌, 나다운 삶을 위한 퇴사였기에 여기서부터 나의 직감과 이성과 감정이 향하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이후 어려운 상황들을 겪을 때마다 나의 보호막이 되고 은신처가 되기도 했으며 꽤 유용하게 나에게 도움을 주던 직장을 나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나는 어렸고 두려웠다. 이제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야 했다.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들을 해보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도서관에 가고, 이력서를 고치고 다듬고 하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탐색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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