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용서하는 일에 대하여

by Davca

쓰기 전부터 속이 쓰려온다.



10년이 다된 일이지만 여전히 내게 아픈 기억으로 자리 잡은 이가 있다. 한동안 그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잠을 설치고 또 몰래 울면서 깨기를 수차례, 내게 이해와 용서라는 주제가 비껴가는 대상이 있다면 그 사람이 될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이때의 사건과 대상에 대해 거리를 두고 생각해 봤을 때, 내가 상처를 준 누군가 혹은 기억에도 없지만 내가 가해자였을 상황들의 카르마에 기인하여 겪을 수밖에 없는 일 일수도 있겠다 싶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그 사람은 나의 분노를 유발하던 사람이었다. 게다가 직급 차이가 꽤 나는 사수였다. 그리고 세상에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슬픈 현실도 마주했다. 만나서는 안될 인연도 있었다. 백번 양보하여 생각을 물려보아도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내 생에 최고의 사수와 동료를 직장에서 만났고, 최악의 동료와 상사 또한 같은 직장에서 만났다. 직장은 그런 곳이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도 같은 감정의 출렁임이 시시각각 이어졌다. 철없고 어리던 때에 이런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이승의 모든 슬픔과 괴로움을 해탈한 절대자만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한동안은 그저 덮어두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잊히고 사라지는, 타버린 재와 같은 감정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감정의 시작이 있었으니 끝맺음도 있어야 마땅할 것인데 그저 덮어두겠다니, 미련한 선택이었다. 매듭을 짓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뿌리를 드러내어 뽑지 못했으니 문득문득 곪아 터지고 또 덮어두고를 반복했다. 미움의 골이 깊은 감정에 시간이 약이 될 수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끝을 보겠다고 마음먹으니 불편한 일을 해야 했다. 기억 속의 그 사람을 다시 들춰내야 했던 것이다. 그 생김새, 옷, 얼굴, 표정, 말투, 몸짓 등 많은 것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 10년간 간헐적으로 시도하고 또 포기했다. 강산이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 그만 놓아줘도 되는 것 아니냐고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럼에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이 내게 준 상처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로 인해 애써 경험할 필요 없었던 감정의 밑바닥을 마주한 스스로의 나약함을 나는 아직 용서하지 못했던 것이다.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로움이 부재했던 시절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그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가 걷던 그 길 그 시간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그 목소리가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생각난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하는 그 사람의 전화를 굳이 받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순간적으로, '내가 왜'라는 생각과 함께, 평생 저주하듯 그 사람을 떠올리고 원망하는 상황들이 반복될 것만 같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겠다 생각했던 것이다. 어쩌면 그 통화를 끝으로 사람도, 감정도 모두 끊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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