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트와 펜을 내려놓았다
일요일 아침 7시. 암막 커튼을 열지 않은 어두운 거실의 테이블 위에서 노트북의 커서가 깜빡인다. 평소라면 거침없이 채워갔을 모닝페이지도 세줄을 겨우 썼다. 간혹 이런 날이 있긴 했지만, 수분 내에 제자리로 돌아왔건만 도대체 왜 오늘따라 유난히 차갑고 낯선 것인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머릿속은 이미 포화 상태다. 원인을 되짚어보니 어제 마주한 미래 예상지출액, 불투명한 미래의 커리어, 가장으로서 짊어진 무게들이 엉켜 거대한 덤불을 이루고 있음을 찾아냈다.
하나의 생각이 꼬리를 물면 그 끝에 열 개의 걱정이 자라난다. 생각을 정리하려 글을 쓰려했건만, 오히려 생각이 글을 잡아먹고 있다. 오늘 아침, 결국 나는 모닝페이지를 앞에 두고 한참을 씨름하던 것을 포기했으며 노트북도 덮어버렸다. 매일의 루틴에 지장이 생겼으니 오늘 하루도 쉽지 않겠다는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내 사주는 강인한 바위 혹은 제련되지 않은 원석인 '경금(庚金)'의 기운을 타고났다고 했다. 금의 기운은 본래 날카로운 결단력과 서슬 퍼런 이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기운이 갈 길을 잃고 정체되면, 칼날은 밖이 아니라 안을 향한다. 스스로를 베어내고, 일어날지도 모를 미래의 불운을 미리 가불해와 현재의 나를 난도질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이에게 생각이 많은 것은 어떤 면에선 축복일 수 있지만, 실행 없는 생각은 감옥과 다름없다. 특히나 나처럼 은행이라는 견고한 시스템 안에 있다가 스타트업의 잔혹한 야생의 현장으로 넘어온 이들에게 '분석'은 때로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된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움직이려 할수록, 발목을 잡는 '만약에'라는 가설들은 나를 점점 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립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오늘 아침의 내가 그랬다. 늘 꿈꾸던 자산을 소유한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 새로운 커리어로서의 재도약, 브런치 작가로서의 자신과의 약속 그리고 루틴. 이 모든 '해야만 하는 것'들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를 덮쳤다. 자비란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논리가 아니라, 이 흐름을 끊어낼 단호한 '도끼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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