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낫다

by Davca

한때 거침없이 떠오르던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이유는 알지 못한다. 달라진 것이라곤 겨울이 지나가고 추위가 가시며 루틴의 순서를 조금 바꾼 것뿐인데 여러 생각으로 쓰는 것에 몰두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페이지만 열어두고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으로 바뀌었다. 쓰지 못하는 답답함보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 더 완벽한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 같은 나의 생각과 태도에 더 마음이 쓰인다. 지난 시간 동안 이런 완벽주의 때문에 놓친 시간과 기회에 대한 반면교사가 있었음에도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하루하루 갈수록 커진다. 이런 주저함은 조금 더 큰 목표, 내가 읽고 쓰는 대전제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부쩍 '오늘 어떻게 쓰지?'에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로 생각의 추가 이동함을 느낀다.

글을 쓰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니 내가 기대하고 바라는 글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쓰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자신이 기특하다. 진작 포기했을 법도 한데, 올해가 오기 전 자신과의 약속으로 멈추지 않고 결국엔 무언가를 매일 써내는 나 자신이 기특해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잘 써낸 글, 좋은 글이 되었음과는 다른 문제다. 하루에 최소 4천 자 이상은 쓰겠다는 그 약속에 대한 이행을 생각한다. 오늘 하루 가장 중요한 스스로와의 약속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깟 거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희망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애를 쓰냐는 소릴 누군가는 할지 모른다. 이 정도 글은 누구든 쓰겠다는 실랄하고 솔직한 평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겐 그보다 더 중요한, 오늘의 습관을 통해 언젠가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 분명한 지점이 존재한다. 그곳에 닿기 위해선 '무슨 일이 있어도'라는 조건을 매일 수용하고, 수용한 조건 안에서 어제와 비슷한 결과물을 내어놓는 것이다. 그 하루가 또 다른 하루로 이어지고 한참이 쌓여가며 어느 순간 내가 보게 될 하루는 오늘과는 전혀 다른 하루가 될 것임을 알고 있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것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며 태어나고 자라났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라도 쉬지 않고 해 나가는 편을 택한 것이다. 마음에 드는 것이 나오지 않더라도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를 계속해서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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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고 누군가를 돕는 글을 쓰려 애쓰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험과 지식과 상상과 지혜의 조화가 늘 머무르는 마음을 위해 명상을 하고 독서를 하며 나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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