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의 새로운 물건들은 매일 같이 기록을 갈아치운다.
기존 버전에 대한 업그레이드뿐만 아니라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발전들이 아주 예전의 물건들을 닦고 가꾸며 사용하고 있는 내겐 너무나도 새로운 세계이다. 그리고 그런 새로움의 유혹에 꽤 쉽게 넘어가기도 하고 그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지출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전에 내가 써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들을 탑재한 도구에 대한 호기심은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하고 나 자신의 인지가 충분히 깨어있지 않다면 이런 매력에 도취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언제든 다시 원래의 나의 기준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행동을 하기 이전에 이런 성숙함이 충만해있다면 무언가를 소유하고, 새로운 것에 흥분하는 마음쯤은 애초에 접어둘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기도 하다.
14년째 사용 중인 노트북이 속도와 배터리 지속력에 대한 이슈들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인데 불안함이 없었을 리 없다.
익일 새벽에 배송되는 제품들을 찾아보니 나의 휴대전화와도 동일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기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가장 적합한 제품을 찾는다는 미명하에 빠르게 소진되어 갔고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적용하는 플랫폼의 특성상 매일 변동하는 가격은 내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데 충분했다. 사실 지금 사용하는 노트북이 못쓰게 된 것도 아니고, 설령 그런 상황이 되었더라도 고치러 가는 수고 정도면 저렴한 비용으로 개선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장인은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는데, 역시 나는 장인이 되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다. 당장에 벌어진 문제가 아닌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문제'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안 써도 되는 시간과 비용을 지불했다. 결국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나는 지금 이 오래되고 애틋한 나의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 미안한 마음, 어리석었던 행동, 한 순간 Fancy 해 보이는 것들을 갖고 싶었던 욕심에 부끄러움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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