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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잡담 Feb 12. 2023

매력은 무엇일까?

매력은 무엇일까? 

         

매력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움도 끌리는 무엇인가 있지만, 그러나 아름답다고 꼭 매력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름다움도 365일 쳐다보면 식상하고 싫증난다.

그러나 매력은 끌리는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식상하거나 싫증나는 일은 없다. 그것은 마약과도 같아서 그것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비밀의 방과도 같다.

매력의 실체는 반투명성에 있다. 반투명성은 흐린 유리와 같다. 흐린 유리 뒤에는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비밀스러움은 호기심을 충동시키고, 나아가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도록 만든다. 

불확실하면서도 뭔가 있을 것만 같은 착각. 애매모호하게 그려진 추상화가 예술작품으로 자격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너스를 보자!

비너스는 왜 유방과 음부를 가리고 있을까? 하필이면 왜 거기만 보여주지 않는 걸까? 그건 바로 그녀의 비밀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수치심이 비밀을 만들어 낸다. 

노출된 가운데 숨겨져 있는 비밀, 그녀가 가리고 있는 그 절반의 비밀은 마치 흐린 유리처럼 보인다. 가려진 절반은 뭇 심리적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그녀에게 빠져들도록 유혹한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리고 있는 손을 영원히 치우지 않을 테니.

반대로 그녀의 손이 음부를 가리키고 있는 자세로 그려져 있다면 어떨까? 눈요기는 될지언정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의 비밀이 모두 상실되었다. 누구나 다 알아버린 내용이라면 거기에 관심 끌릴 이유가 없다. 호기심을 자극시킬 요소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산 너머 무지개는 산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갈 수 없는 곳에 있는 아름다움이 신화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신화에 희망을 장식하며 사람들은 꿈을 가진다.

매력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예술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불확실한 가운데서 뭔가 있는 듯한 예감. 빛이 만들어 낸 프리즘은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반투명 유리사이로 그림자만 살짝 보인 물리현상은 과학의 탐구대상으로 충분히 자격이 있다. 실제로 양자역학은 무지개(프리즘) 속에 뭐가 있는지 궁금증을 참지 못한 과학자들에 의해 탄생했다.

밤하늘 빛나는 별에 대한 호기심이 오늘날의 천체물리학 발전을 가져왔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 덕분이다.     


오래전 와이셔츠 광고(미국)가 있었다. 모델은 무명의 남자 애꾸눈이었다.  사람들은 그 사실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 모델은 원래 애꾸눈이었을까? 아니면 광고 때문에 그렇게 꾸민 것일까?

사람들은 와이셔츠보다 그 모델의 숨겨진 비밀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것에 대한 문의가 회사에 빗발쳤지만, 광고회사는 그 모델에 대한 비밀을 철저하게 숨겼다. 사람들의 궁금증은 증폭되고, 별다른 이유 없이 와이셔츠는 잘 팔려 나갔다. 


직장 생활할 때 개인적으로 매력이 있다고 느낀 동료 직원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뭔가 어수룩하고 모자라 보였지만, 업무보고서는 기가 막히게 잘 썼다. 그 어떤 어려운 과제도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의 손에서 명작이 탄생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 그가 쓴 보고서는 확실히 남들과 달랐다. 

나 역시 기각된 보고서를 안고 며칠간 끙끙 않다가 그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다. 담당업무는 달랐지만, 문서 틀을 교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즉, 같은 내용이더라도 문서구성과 표현형식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업무능력이 그 정도면 부서에 불만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자기주장을 어필할 만도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멍청하게 남의 얘기만 듣다가 회의실 나오기 일쑤였다.

참으로 겉과 속이 다른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가 한 마디만 거들어 주었어도 상황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그는 그저 벙어리처럼 헤헤 웃기만 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답답해서 울화통 터질 지경이었다. 

바보 같으면서도 뭔지 모를 신비함이 그에게서 뿜어 나왔다.      


매력이 있다는 것, 그 속성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마치 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겉은 초라해도 속은 아름다운 무지개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신화는 우리의 감성을 두드리는 노크와도 같다. 자유로운 영혼과 상상력의 지평. 그리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박적인 음모가 그것에 숨어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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