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소침해지다. 당황하다. 미안하다
감정일기 4일차
1. 의기소침해지다.
지난 주 열심히 감정일기를 썼는데 거의 다 쓴 무렵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전화를 받고 나중에 다시 보니 일기가 전부 지워져있었다. 자동 저장 기능이 없나보다...
한번 그런 일이 발생하다보니 당분간 의기소침해져서 일기를 못 쓰게 되었다.
작심3일 하지 않으리!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작해본다..
2. 당황하다.
쿠니 유치원 친구 엄마가 오랜만에 우리 동네에 놀러온다며 만나자고 했다.
쿠니는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학교 친구들과 하교후에 놀지 않고 바로 집으로 와 숙제와 하루 공부를 끝마쳤다.
4시쯤 올거라더니, 출발 전 연락 준다더니 계속 연락이 없다가 4시 반이 넘어서야 놀이터에 이미 와있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집으로 아이들을 들일 생각은 없었다. 다른 친구들도 같이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도 안치우고 나갔는데, 갑자기 자기 아이가 우리 집에서 쿠니랑 같이 목욕했던 기억이 너무 좋았다며 오늘도 목욕한다고 옷을 챙기라해서 챙겨왔단다. 으잉? 우리 집에서 놀 생각 없었는데....당황스러웠다. 그런 생각이었으면 미리 나에게 말했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다른 친구들이 있으니 오늘은 안된다고 미리 나올때 아이와 얘기를 하고 왔어야지....
그 친구가 우리집에서 목욕하고 싶다고 계속 하니까 우리 아이는 그러잖아도 친구들 초대하고 싶어 몸살인데 잘됐다 싶었나보다. 계속 우리집에 친구들 데려간다고 징징거렸다. 남자 아이들만 있으면 상관없는데 그 친구 여자형제의 친구들까지 있고, 여자형제 친구의 엄마까지 있었기 때문에 꽤나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다 데려갈 수도 없고 일부만 데려갈 수도 없고...안된다 하니 남자아이들이 다같이 나에게 와서 조르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3. 염려가 짜증으로 바뀌다. 미안하다.
쿠니는 항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하다가 학교에 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적은 없다.
자꾸 말만 하고 지키지 않는 것도 습관이 될까 염려되었다.
지키지 못하겠으면 아예 말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젯밤 쿠니는 역시나 "아침7시에 일어나서 국어, 연산 공부를 하고 학교에 갈거니까 엄마 핸드폰에 7시 알람 맞춰서 제 옆에 놔둬주세요."라고 했다. 난 꼭 지키라고 했고...
아침에 7시 알람이 울리자마자 일어나서 끄더니 배고프다고 밥을 달라고 한다. 알았다고 하고 일어나 앉아서 정신차리고 있는데 그 사이 아이가 잠들었다.
사실 7시 30분에만 일어나도 충분히 아침 공부를 하고도 시간이 남기 때문에 곤히 잠든 아이를 깨우지 않고 자연스레 정신이 들도록 아이가 좋아하는 레고 동영상을 틀어놓고 나는 씻으러 갔다. 씻고 나오면 아이가 깨서 동영상을 보면서 앉아있을줄 알았는데, 여전히 곤히 자고 있다. 동영상은 이미 끝나있었다.
다른 종류의 동영상을 틀었더니 비니는 벌떡 일어나는데 쿠니는 여전히 못 일어난다. 쿠니에게 옷을 입혀주며 뒤척였더니 짜증을 낸다. 그 모습에 나는 비난을 시작했다... "너 어제 7시에 꼭 일어난다며! 7시에 일어나서 아침 공부를 한다며? 지키지 못할 약속 하지도 말라고 했지! 니가 어제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잠들어서 이렇게 못 일어나는거면 안쓰럽기라도 하지... 공부도 안해, 책도 안 읽어... 내내 놀다가 자는거면 아침에 일어나기라도 잘 해야할거 아냐. 그래서 내가 일찍 자라고 했지!?"
비난을 퍼부으며 입에 밥을 쑤셔 넣어줬다. 아침부터 쏟아진 폭탄에 아이가 짜증과 설움으로 북받쳐오른듯 울었다. 거기다대고 한마디 쐐기를 박아줬다. "뭘 잘했다고 울어? 얼른 밥이나 씹어."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밥을 먹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에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비난하고 화낼 일이었나.... 이렇게 비난할 거였음 차라리 아이 스스로 깨길 바라지 말고 내가 맛사지를 해주던 화장실에 데려가서 세수를 시켜주던 내가 도와줄걸.... 어린 시절, 스스로 빨리 안한다고 "으야! 으야!"하며 짜증섞인 소리를 내지르던 나의 어머니와 내가 다른게 뭔가.....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자기 전에 항상 일찍 일어나 공부한다면서 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네 모습에 엄마가 아깐 화가 났었어. ('늘'은 아니잖아요? / 으응....그래.. '늘'은 아니고 '자주'....) 그래서 아침에 너한테 좀 심하게 말한거 같아. 미안해."
"그래요 엄마? 나도 약속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힘들었어요.. 앞으로 정말 약속 지키려고 노력할게요."
"그래. 약속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나는 노력해보겠다는 니 말을 믿을게. 오늘 좋은 하루 보내고 학교 재밌게 다녀와."
"네.엄마."
아침에 나의 비난 속 화살같은 말들이 아이 가슴 속에 얼마나 박혔는지 모르겠다.... 박히지 않았기를 바랄뿐....
미안하기 전에 미안한 일들을 만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