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난다. 어이없다. 고밉다.
감정일기 6일차
1. 짜증난다.
비니가 나에게 놀아달라고 너무너무 매달린다. 그런데 쿠니 공부를 시키는 중에 밖에서 비니랑 놀아주다보면 쿠니가 집중을 너무너무 못한다. 쿠니 입장에서 그런 상황에 집중을 못하고 같이 놀고 싶은건 당연하다. 그래서 쿠니가 공부나 숙제할 때 비니랑 쿠니를 다같이 앉혀놓고 해봤더니 글자도 모르고 모든걸 엄마에게 의지해야 하는 비니 입장에서 질문이 너무 많았다. 비니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쿠니 집중력이 확 흐트러지는게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6시까진 형아 공부 도와주고 저녁 식사 후에는 비니와 놀아주는 시간이라고 규칙을 정했다.
혼자 놀기 힘들어 하길래 조용히 패드를 보라고 했더니 점점 비니가 영상에 중독되는 느낌이었다.
하는수없이 얼마전부터 패드를 주지 않고 혼자 놀거나 책 보거나 그림을 그리라고 했더니 형아 방에 와서 나에게 놀아달라고 시위를 벌인다.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점점 짜증이 난다.
"비니야, 6시까진 형아랑 공부하는 시간이잖아, 너도 같이 있고 싶으면 옆에 앉아서 조용히 책 봐."
"싫어요. 놀아주세요~ 오늘만요~"
오늘만요... 단골 레퍼토리다.
"너랑은 저녁식사 후에 놀아주기로 정했잖아. 지금 형아 공부해야돼서 안돼."
책상 밑에 누워서 형을 발로 차고 책상을 탕탕 두드리고 난리를 친다.
수위가 점점 세진다.
후아....너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더이상 안쓰러운 마음은 없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놀아줘버릇 한건가? 다른 엄마들은 애들하고 안놀아줘도 저렇게 떼쓰지 않던데 우리 애들은 내가 너무 놀아줘서 저러는건가... 아니면 충족되어야 하는 사랑의 그릇이 큰 아이들이라 더더더 놀이를 같이 채워줘야 하는걸까? 그래야 사랑의 결핍 없이 잘 자랄까.... 정말 어렵다.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2. 어이없다.
쿠니가 일기를 쓸 때마다 너무 힘들어한다. 숙제로 일주일에 최소 1번 일기 써오는 숙제인데 정말 1번 겨우 써간다. 그러다 지난 주 숙제검사 전 날까지 일기를 한번도 안 썼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밤에 얼른 쓰라고 종용했다.
일기를 가방에 챙겼다고 하길래 알아서 잘 썼겠거니 했는데, 하교 후 가방을 열어보니 일기장에 날짜만 써있고 내용은 공란이었다.
충격받고 그 날부터 매일 일기를 쓰라고 했다. 매일 안쓰다보니 일기를 최대한 미루는 것이고 결국 이런 사단이 난 것이었다. 무슨 내용이든 상관없으니 매일 써야 글감도 생각나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 일기 쓰기가 참 문제다. 정말 너무너무 힘들어한다. 오늘도 쓰라는 일기는 안쓰고 일주일에 1~2번민 쓰게 해달라는둥...일기 쓰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고 싶다는둥... 별 말을 다 하면서 앉아만 있다. 그동안 쓴 일기 만이라도 내용이 그럴듯 했다면 화는 안 났을 것이다.
매일 쓰라고 한 날부터는 일기의 내용이 "일기를 쓰고 나서 코딩을 하려고 한다. 재밌겠다." "오늘도 일기 쓰고 나서는 게임과 코딩을 하겠다." 이런식의 내용뿐이었다.
"쿠니야, 일기라는건 이미 있었던 일과 그 일이 생겼을 때 니 생각이나 느낌을 쓰는거야. 앞으로 할 일을 쓰는게 아니고!"
말을 하다보니 점점 감정이 북받쳐오르는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화를 내듯 오늘 있었던 일들을 짚어주며 일기의 내용을 예로 들어줬다. 다 듣고 나더니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단다.....ㅜ.ㅜ
어릴 때부터 일기에 진심을 담아온 나로서는 아이의 이런 행동이 참 나와 다른 개별 인격체인게 느껴진다.
3. 고맙다.
남편이 집에 오자마자 남편에게 비니랑 놀아주라고 주문했다. 군소리 전혀 없이 비니랑 잘 놀아줘서 고마웠다.
유종의 미를 거두진 않았지만....ㅡ.ㅡ 그래서 애들끼리 결국 싸우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비니가 나에게 극도로 매달리는 건 막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