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답답. 후회

김정일기 7일차

by 가시나무둥지

1. 짜증났다.

쿠니는 잠이 많다. 특히 아침 잠이 많다. 어제도 8시 30분까지 못 일어나서 자는 상태로 옷을 입히고 8시 35분이 되어서야 간신히 일어나 45분에 등교를 했다. 아직 꿈 속을 헤매는 듯한 모습으로....

어제는 검도 학원도 다녀오고 친구랑 밖에서 노느라 무척 피곤했을텐데, 9시 반에 분명히 눈이 완전히 풀려서 졸려하고 있었는데, 내가 씻고 나왔을땐 예쁘게 잠들어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왔는데.... 내가 씻고 나오는 10시까지 안자고 버티고 있는거다.

짜증이 났지만 꾹꾹 눌러가며 물었다. "나 재워주려고 지금까지 안자고 기다렸니? 난 너가 안 재워줘도 혼자 잘 잘 수 있어."

"엄마랑 같이 자려고 기다렸어요.."

그러더니 손을 잡고 얼마 있다가 곧 잠든다. 불안감 때문인가? 사춘기 아이처럼 어쩔때는 자기가 마치 어른인냥 말하고 행동하고 때로는 건방지기도 하고, 자기가 필요할 때는 아기인 것처럼 나에게 다 의지하려 한다.


2. 답답하다

오늘 아침도 역시나 못 일어난다. 8시부터 맛사지도 해줘보고, 좋아하는 동영상도 틀어놔보고, 쇼파에 옮겨 앉혀도 보고.... 아무리 깨워도 성질만 낼 뿐 전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8시 35분...이미 등교해야 할 시간까지 눈을 못 뜨고 있다. 깨우면 오히려 화를 내고 있다.

안되겠다... 온 몸을 찰싹찰싹 따끔따끔한 느낌이 들도록 전신 맛사지하듯 때려줬다. 그랬더니 엄마가 때린다며 엉엉 울면서 일어난다. 때리는게 아니라 피부보고 깨어나라고 전신 맛사지 중이라고 하면서 온 몸을 주무르고 찰싹찰싹 때려주면서 깨웠다.

그런데 아이가 깨어난 순간부터 아이에게 비난의 말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러게 이렇게 못 일어날 거면서 어제 왜 나를 기다린다면서 그렇게 늦게 잤냐... 너가 나를 기다린다며 안자면 하나도 안 예쁘다. 너가 일찍 자는게 예쁘지.."

"비니는 일찍 일어나고 밥도 스스로 먹어서 참 예쁘다."(괜한 비교를 했다..ㅠㅜ)

"넌 약속도 하나도 안지켜서 너무 밉다."

"마치 너는 일부러 혼나고 싶어하는 애 같애. 너한텐 잘해주고 착하게 말해주면 안될거 같니? 왜 꼭 화를 내듯 말하게끔 만드느냐고!"

"넌 내가 화를 내면서 말을 해야 귀에 들리고 정신 차려지지?"


비난과 언성 높인 말을 하는 와중에 쿠니가 밥도 얼른 먹고 옷도 후다닥 입었는데 쿠니에겐 칭찬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데리고 나왔는데, 비니의 걷는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비니 손을 잡고 빨리 걷고 있는데 쿠니는 눈도 다 못 뜨고 더 천천히 걷고 있다. 빨리 가자 해도 세월아 네월아...한다. 먼저 뛰어가라 했더니 조금 뛰다가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며 뛴다....

얼마전까지 친구들이랑 송충이 자르고 놀았다더니 갑자기 가는 길에 송충이가 나오던 골목을 보더니 송충이 나올까 무섭다며 헥헥거린다.

답답하다... 계속 그런 모습을 보자니 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 여기부턴 혼자 학교에 가라고 했다. 집에서부터도 혼자 학교에 가기도 하던 애가 무섭다고 엄마가 같이 가달란다. 그럼 빨리 가자 해도 나보다 두 발짝 뒤따라오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쫓아온다.

비니를 데려가야하니 난 뛰지도 못하고 정말 답답했다.

"너 앞으로 9시되면 무조건 눈감고 누워있어. 늦게 자서 이게 뭐야?"

"으이구...."

등등 계속 비난과 야유섞인 말을 뱉어냈다.


3. 비난의 대물림

나의 격해진 감정은 아이들 모두 보내놓고 집에 오는 길에 사드라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쿠니에게 비난의 말을 순식간에 너무 많이 날린 것이 후회되었다.

문득 내 아버지, 내 어머니가 생각난다.

나의 부모님은 대부분은 내가 무엇을 하든 크게 터치하지 않으셨다. 그러다가 뭔가 기준 미달의 행동이나 성과가 나면 비난을 했던걸로 기억한다.

아마 참다참다 폭발했을때 비난의 말들을 격앙된 감정에 담아 쏟아냈던 걸로 기억하고 난 그런 상황에서 많이 위축되었었다.

난 그러지 말아야지...했는데, 오늘 나의 모습은 나의 부모가 나에게 한 그대로, 혹은 더 이상으로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비난하지 않고, 말로 칼부림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잘 행동할 수 있게끔 직접 도와주자 했는데 쉽지가 않다.


오늘 저녁부턴 내가 9시 전에 누워야겠다. 그리고 자기 전에 아이와 몇시에 일어날지 꼭 다짐을 하고 자도록 훈련을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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