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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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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May 02. 2020

부재중 전화

합격 전화를 간절히 기다리며

지이잉-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강한 진동이 울린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합격했다는 문자일까, 불합격했다는 문자일까, 아니면 아무 상관없는 광고 문자나 전화일까. 바로 전화를 확인하지 않고 대략 5분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이유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키기 위함이다.


서류합격 문자

최대한 기다려보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문자 미리보기를 보니, 광고 문자는 확실히 아닌 것 같다. 문자함을 확인한다. 합격이다. 그 순간만큼은 떨리고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고 기쁨만이 가득하다.


나를 포함한 취업준비생은 매일이 떨림의 연속이다. 특히, 취업시즌일 때가 그렇다.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서류전형부터, 필기를 보고 결과를 확인하는 필기전형, 그리고 면접을 보는 면접전형까지. 일단 서류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본 후에는 어쩔 수 없이 기다리게 되고 떨릴 수밖에 없다. 나처럼 배짱이 없는 사람들은 발표 예정일에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필기전형에 합격했다는 문자


지금까지 수없이 문자나 전화를 받아왔다. 물론 합격 소식보다는 불합격을 전하는 소식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불합격을 자주 했던 예전에는 떨림이 심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격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 발표일은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는 끔찍한 하루가 돼버렸다.


최종면접에서 불합격했다는 문자

그중에서도 최악은 최종면접 결과를 알리는 문자나 전화다. 다른 전형과 달리, 2차 면접과 최종 면접의 경우에는 전화로 결과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다음 전형에 참석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거나, 회사에 입사할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떨어졌을 경우에는 문자만 오거나 심한 경우 연락이 아예 없기도 하다.(제발 떨어지면 문자 한 통이라도 해 주세요...)


최종면접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회사는 당일에 결과를 알려주기도 하고, 일주일 뒤에 알려주기도 한다. 심지어 보통은 발표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원자는 한없이 기다린다. 면접을 보고 난 이후에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최근 버릇이 생겼다.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으면 무조건 전화번호를 구글에 검색해보는 것이다. 사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거의 모든 채용과정이 멈춘 상황이기 때문에, 지원을 한 회사도 없다. 하지만 괜히 한 번 검색해보는 것이다. 과거 최종면접 결과를 기다릴 때 수없이 나를 낚았던 광고 문자와 전화가 있었기 때문에, 전화번호 검색을 해보는 것은 버릇이 돼버렸다.


오늘 온 전화를 확인해본다. 구글에 전화번호를 검색해본다. 가장 먼저 뜬 결과를 보니, 스팸 전화번호라고 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전화번호를 차단한다. 그리고 나는 또 기다린다. 기약도 없는 합격 전화를 받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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