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옆에 있는 애인과 행복하신가요?” 사실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다. 왜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기에 앞서 나의 연애가 어떠했는지 간략하게나마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올해 9월부터 시작하여 거의 한 달 간격으로 나에게 사귀어 보지 않겠냐고 대시하는 분이 있다. 어제로 벌써 세 번째 고백이다. 처음 그가 나에게 고백했던 9월의 어느 날, 지금은 헤어진 상태지만 당시 애인이 있던 나에게 그런 노골적인 고백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애인이 있는 걸 알면서도 당차게 대시하는 모습에 의아했지만 평소에 내가 많이 믿고 따랐던 분인지라 그 분의 용기에 감사를 표하며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라 어려울 것 같다고 둘러댔다. 그리고 또다시, 10월의 어느 날엔가 나에게 사귀고 싶다며 두 번째 고백을 하셨다. 이번에는 좀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싶어 지금 들으면 민망하고 웃기지만, 조금은 잔인하게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거 어려우셨을텐데 용기내서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연인관계로 발전하려면 어떤 감정이 필요한데 아직 그게 없어서 어려울 것 같아요. 소위 이성적 호감(탈성애적 표현을 썼으면 더 좋았겠지만 내가 이성애자인지라 그냥 그렇게 말했다.)이라고 하죠.”
이 일이 있은 후 몇 주 뒤, 아는 분에게 나의 고충을 토로하며 위의 이야기를 그대로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 분 왈,
“내가 볼땐 말이야, 너가 남자친구가 있는데 누가 대시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남들이 보기에 너가 연애하면서 정말 많이 행복해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몰라. 남들이 저 남자친구 있는데, 이 사람이 너무 좋아요. 라고 하는데 너한테 막 대시할 수 있는 남자는 별로 없을걸ㅎㅎ”
그의 말이 맞았다. 똑같은 일이 더 이전에도 있었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최근에 만났던 애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최근에 만났던 애인 바로 이전의 애인을 만나고 있었을 당시, 남자친구가 있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나에게 대시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가 하고 있는 연애가 많이 힘들어보였어. 내가 접근해도 괜찮겠다 싶었지.”
그랬다. 연애하는 내가 행복해보이지 않아서였다.
실제로 행복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행복한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때가 훨씬 많았다. 이전에 사귀었던 애인들의 입장에선 어떻게 함께한 시간들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 떠오르는 기억들에 의하면 사실 그렇다. 행복해보이지 않는 연애를 했다는 사실에, 물론 남들에게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만, 그렇다면 나는 사랑 앞에 진실되지 못한 인간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에게 조금은 가증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들도 눈치 챘을까. 나의 행복하지 않음을? 마음 한 구석에서 별안간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까지 한다.
다음엔, 언제가 될지 몰라도 누군가와 연애를 하게 되면, 행복하고 싶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꼭.
자꾸 행복, 행복하니까 마지막은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로 끝을 맺어야겠다ㅎㅎㅎ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