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꼬치를 먹으며
꼭 이맘때쯤이면 버스 정류장 주위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한겨울만 되면 유독 더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이 내게 강렬한 손짓을 보낸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도 학원가기 전 버스를 기다리는 고등학생도, 나 같은 돈 없는 대학생들도 이 곳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이 곳은 포장마차.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포장마차에서 떡꼬치 하나를 사먹었다. 떡꼬치를 야금야금 먹으며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니 포장마차란 곳이 참 신기한 곳이더라.
1.
오늘은 손님이 많이 없었지만 손님이 많은 날이면 옆 사람들과 다닥다닥 붙어서 음식을 먹어야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떡볶이를 얼마나 빨리 먹는지, 오뎅 국물을 떠다 먹는지 아닌지,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적셔 먹는지 아닌지 다 알 수 있다. 음식점에 앉아 음식을 먹을 땐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이던 옆 사람이 포장마차에선 그렇지 않다.
2.
포장마차에선 서서 음식을 먹는다. (물론, 포장마차 안에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서서 먹는 게 좋다.) 길 위에 서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포장마차가 유일하다. 그것도 차들이 마구 달리는 대로변 바로 옆에서. 음식 먹을 땐 얌전히 앉아서 먹는 거라고 말씀하셨던 엄마의 말씀이 포장마차에서는 유효하지 않다. 서서 먹는 ‘맛’이라고 하는 게 이곳엔 있다.
3.
포장마차에는 그럴싸한 인테리어가 따로 없다. 포장마차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건 밖에서 안이 훤히 내다보이는 포장마차 특유의 투명한 천막뿐이다. 딱딱한 시멘트나 철이 아닌 흐느적거리는 천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갈 때면 편한 친구를 만날 때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쉽게 말해 배가 고픈 이들에게 진입장벽이 낮다.
음식점에 혼자 앉아 밥을 먹을 때면 조금은 주눅 들던, 옆 사람을 의식하던 내가 포장마차에선 잘도 먹는다.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그 옆에 있는 사람도 나처럼 잘 먹는다. 심지어 나처럼 혼자 와서 음식을 먹는 옆 사람에게는 묘한 동질감까지 느낀다. 각기 다른 것 같으면서도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내고 있을 당신의 일상과 당신이 느끼고 있을 허기를 떠올리며.
내일 저녁에도 포장마차 주위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거고 음식을 먹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