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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 Jan 24. 2016

커튼콜

반전매력

우리는 늘 반전을 꿈꾼다.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걸 알면서도 복권을 사는 이유,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의 남편이 ‘어남류인지, 어남택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이유도 반전이 주는 매력 때문이다. 사실 ‘반전’은 ‘매력’을 위한 충분조건이지만 언뜻 보아선 필요충분조건 같기도 하다. 반전매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반전매력을 찬양하는 노래 가사도 있다. 모두가 다 아는 그 노래.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싸이<강남스타일>     


연극에도 반전이 있다. 극 중 드라마틱한 요소를 위한 반전도 반전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반전은 커튼콜이다. 천하에 죽일 놈이었던 인물은 온데간데없고 선한 얼굴을 한, 조금은 수줍어하는 배우가 나와 인사를 한다. 공연 내내 웃긴 표정이며 말투며 익살스러움의 끝을 보여줬던 배우가 갑자기 진지한 미소를 띠우며 인사를 한다. 가끔은 뒤통수 한 대 맞은 기분까지도 든다. 반전도 그런 반전이 없다.


(그래, 속았다...)



지난 2개월가량 으쌰으쌰했던 연극도 어제 막을 내렸다. 이번에는 내가 그 반전을 관중들에게 선사할 차례였다. 커튼콜이 시작되고 관중들은 포커페이스를 걷어낸 나의 실체가 궁금한 눈치다. 호기심어린 눈들이 일제히 나를 향할 때면 짜릿함을 느낀다. 극 중 내내 짜증 섞인 말투에 인상 쓴 얼굴만 보다가 안도의 웃음을 짓는 내가 낯설만도 하지. 그 모습에 반전매력 비슷한 것을 느낄 것이고. 연예인의 반전 사생활, 반전 몸매, 반전 성격에 열광하는 대중들처럼.         






비벼봅시다.    


이번 연극을 총 기획했던 친구가 연습 시작 전에 간혹 했던 말이다. ‘시작합시다, 맞춰봅시다, 해 봅시다.’ 라는 의미인데 나는 이 말이 참 좋았다. 서로 많이 서툴고 어색하지만 뒤적뒤적거려 보기도하고 휘저어 보기도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이제 그 말도 못 듣는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서운하다. 돌아오는 수요일 7시 반, 우리가 한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했던 시간이 되면 참 많이 생각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함께 극을 준비한 11명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한 만남이었기에 여운이 오래갈 것 같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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