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연애가 너무 어려워졌다. 누군가를 보고 ‘심쿵’한 기억도 꽤 오래전의 것이다. 누군가가 너무 좋으면 그 사람 얼굴을 보고 마른 침을 꼴깍 삼키는 버릇이 있다. 그런 내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조용히 ‘꼴깍’ 했던 일도 꽤 오래전 일이다.
예전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내가 그 사람에게 꽂힌 이유, 그거 하나만으로도 연애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점이 하나하나 눈에 보이기 시작했지만 장점이 너무 크게 보여서 단점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이토록 연애가 어려워진 건, 몇 번의 연애를 거치면서 내가 나를 너무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와 연애를 할때 가장 평화로울 수 있을지, 이제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연애를 결정하는 기준들이 너무 많이 생겨버렸다.
‘행복’도 아닌 ‘평화’. 연애와 평화가 아주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아직 진정한 사랑이 뭔지 모르는군.’ 하며 혀를 찰 수도 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엄청난 역경을 극복한 사랑, 다른 사람의 허물까지도 감싸는 대단한 사랑을 난 아직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나 역시 현재의 생각이 나중과 같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2016년 2월의 나는 이렇다.
내가 평화롭고 싶다는 건, 누군가와 하나하나 처음부터 맞춰가는 일에 지레 겁먹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과거의 연애에서 나의 이기심 때문이던 다른 이유 때문이던, 잦은 갈등들을 견뎌내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로맨틱할 필요까지도 없으니 그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당시에 많이 했다. 잦은 갈등은 일상생활에도 적지 않은 지장을 주었다. 내가 나다워지는 것이 힘들었다. 나다워지고 싶어서 늘 내가 먼저 이별을 고했다.
언제부턴가 누군가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낄 때, (사실 이런 경우도 많지는 않지만) 자동반사적으로 이 사람과 평화로울 수 있을 지부터 계산 하고 있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도 내가 꿈꾸는 평화가 유지될 것 같지 않으면 시작도 안한다. 서로 좋아하기도 힘든데 평화의 가능성까지 따지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외로워할 자격이 없는 것도 같다.
알고 있다. 어떤 인간관계든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맞춰 가는거라고. 레고 조립품처럼 딱딱 들어맞는, 그런 연애는 사실상 비현실적인 걸 나도 안다. 나에게 평화를 안겨다 줄, 완성품같은 누군가를 바라는 나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요즘엔, 만나는 사람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연애파업중이라고 웃으며 대답할 때가 많다.
"아니, 니가 왜? 너 정도면... 너 눈이 너무 높은거 아냐?"
물론 나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께는 감사하지만, 내가 아니고서야 온전히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편이다. 당분간 연애파업은 지속될 것 같다.
어떤 외부자극이 날 바꾸어 놓기 전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