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도 그곳에는 네가 있기에
힘든 일은 버텨도 막막한 일은 못 버틴다고 해.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불안함인 것 같아. 제 아무리 힘든 일도 끝이 보면, 그냥 가면 되니까. 막막한 것, 앞이 보이지 않는 것, 정처 없이 떠도는 일만큼 불안하고 힘든 일은 없었던 것 같아. 사람은 안정적이고 머물고 싶은 것이니까 말이야. 길을 잃는 다는 것은 막막함을 버티는 일이잖아.
나는 길을 자주 잃어버려. 길을 잃는 다는 게 행선지를 잃는 것 같아서 참 힘들어. 우리 농담삼아 얘기하잖아. 네이버나 구글지도가 없었으면, 스마트폰 지도가 없는 시대에 태어났다면 매일 같이 길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이야.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톨게이트를 지나쳐버리고, 가려고 했던 식당도 지나친 채로 우리가 걸을 때가 있잖아. 그럴 때면 자꾸만 내 스스로가 원망스럽고는 해.
그렇게 길을 잃어 걸을 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나한테 얘기해줄 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감사가 가득해지고는 해. 목적지를 향해 가기보다는, 그 목적지를 가는 길마저 행복하게 느껴주는 사람을 만난 것이 내게는 큰 축복인 것 같아. 그렇게 나와 함께하는 시간 1시간, 1분, 1초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길을 잃어도 그것에 네가 있다면 정말 큰 행복이야. 잃어버린 길에서 지금까지 못봤던 꽃과 하늘 그리고 바람을 느끼며 걸을 수 있으니까. 나는 잊었던, 우리 동네 경관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고. 때로 비가 올때면 관심있게 귀기울인 적 없었던 빗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게 되고. 그리고 그것 마저 행복이라고 느껴주는 네가 있어서 나는 가장 행복한 남자야.
잃은 길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주는 여자인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막막할 수도 있는, 때로는 지루 할 수도 있는 잃은 길에서 조차 행복을 찾아주는 여자인 네가 있어 그저 행복할 수 있어. 미국은 어떻니. 한국에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너와 함께 한 거리를 걸으며, 너를 기억하고 있을게. 찾은 길에도, 잃은 길에도 네가 있기에 늘 내 인생은 축복이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