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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Feb 06. 2019

2018, 그렇게 여름

문득, 제주도 여행기 

2018년 여름, 기억하니? 내 생일날 출발했던 제주도 여행 말이야. 나는 그 순간이 기억이 나. 내 생일날에 늘 별 거 없이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네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그럼 내가 챙겨줄게"라며 갔었던 그 약속이었어. 생일 날 여행을 간다는 것은 부담일지 몰랐어. 그래도 너와 이렇게 처음 가는 여행이라는 사실에  많이 설레이고 생각나는 시간이야. 



나중에 우리 결혼하면, 이런 집에 살자고 가장 예쁜 집을 너는 예약했어. 청소만 3시간 씩 걸리는 집이라고 해서 너무 궁금했는데, 참 예쁘고 우아한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는 집이었어. 이곳저곳 디테일에 기뻐하는 네 모습에 나도 기쁜데, 감정표현이 서툰 한국남자라... 뭐라고 할지 모르겠더라. 그렇게 우리는 곳곳을 돌아가니고 있었어. 돌아다니다 지칠 때쯤, 약속했던 대로 밥을 해주기로 했지. 



한땀 한땀 정성들여서 닭도리탕을 만들었어. 네가 기쁘게 먹어주니까 너무 좋더라. 다른 것 하지 않은 채로, 이렇게 음식하며 살아도 괜찮겠다는 비양심(?)적인 생각이 1초정도 들정도였어. 밥 먹는데 맛있다고 하는데.. 평소에 안 먹던 사람이 너무 맛있게 먹어주니 너무 좋았어. 열심히 네가 끓여준 내 생일 미역국도 너무 맛있었고 말이야. 처음 해본다며 여러 가지 찾던 네가 너무 그립더라. 

 


바다에 나가서 저녁 노을을 함께 봤어. 그게 너무 예뻤어. 하늘은 파스텔이었고, 그 색깔에 취해 있었어. 30여분을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우리 소원을 빌고 또 빌었어. 그때 나는 빌었던 소원이 지금도 기억나. "매일이 지금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지금 이렇게 바다보고서 차에 몸을 실지 않고, 돌아갈 예쁜 숙소가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행복이었어. 이곳에서 나와 며칠만을 보내기 위해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우리 그렇게 왔어. 나도 너도 말이야. 


벌써 아무렇지도 않게 반년이 흘렀네. 반년 흐른 시간 동안 우리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어. 그 이전 반년, 그리고 이후 반년 간도 돌이켜보면 네가 행복한 짧은 모습이라도 보고싶어서 고분분투 해왔었던 것 같아. 제주도 사진을 돌아보다 보니까, 너도 같더라. 못해준 것은 늘 '미안해'라고 얘기하면서도.... 잘해준 것은 기억해주지 못하는 그런 사람, 내가 기뻐하는 짧은 순간보기 위해서 몇 시간씩 몇 날씩 고민하는... 그런 사람이더라고. 그렇게 네가 만들어준 시간 소중히 기억하고 간직할게. 그리고 더 좋은 시간 보내기 위해 더 잘 살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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