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 걸어갈 길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크게 소리 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
정인, <오르막길> 중
네가 나한테 얘기하고 싶은 가사가 담긴 노래, 정인의 <오르막길>을 요즘 듣고 있어. 나한테 너는 그렇게 얘기해.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당황하고, 헤매지 말자"고 말이야. 저 말을 나한테 귀가 무겁도록 이야기 했기 때문에 이 가사가 네 속에 남고 있는지 몰라. 손 놓치고 싶을 때는 없었는데... 손 붙잡기 힘들 때는 우리 둘 다 있지 않았을까.
나도 너한테 참 많이 하고픈 말이 <오르막길> 가사거든. 그러고보니 나도 고된 나를 택한 너한테 늘 미안한 마음 뿐이야. 그리고 저 먼 풍경을 보니까 우리 왔던 길 너무 아름다웠어. 길이 가파르다 생각 했을 때면, 우리 쌓아온 곳들을 둘러보고는 해. 길지 않은 시간 여러 군데를 돌며 발걸음에 아직도 설레임이 남아 있어.
예쁜 집 한채에 그저 살고팠을 뿐이라는 네 얘기가 요즘 계속 마음을 울려. 네가 나한테 바라는 것이 그저 예쁜 집 한 채에 나랑 오순도순 살고 싶은 게 소원이라는 사실이 나를 더 잘 살아가게 해. 내가 가진 것이 많지 않아서 더 많이 가지려고 세상에서 애쓰는 동안 아플까봐, 너랑 시간을 보내려고 애써왔어.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은 그런 예쁜 집 한채에 살고플 뿐이라는 우리 소원 이루어지기에는 험해보이지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돼. 그러다보면, 우리 같이 온 길이 너무 예뻤어. 진짜 별 거 안 해도 재밌었고, 밤새 통화하다 잠들어서 깊이 잠들었고, 동네에서 체육복을 입고 만나도, 어딘가 예쁜 곳에 가서 밥을 먹어도... 그냥 둘이라서 너무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해.
세아야, 혹시 길 오르는 데 바람이 불거든 우리 행복하게 만나는 이 순간을 기억해나가자. 우리 걸어'갈' 길 보기 위해서 걸어 '온' 길 돌아보자. 약속인 걸어 '갈' 길이 굽이굽이 해도, 걸어 '온' 길 만큼 예쁘길 기대하고 있어. 우리 오르는 오르막이 넓지 않은데... 그곳은 너무 행복한 곳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