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88만원 세대, 세대 담론을 바꾸다

태초에 우석훈이 있었다.

by 아포리스트

"지금 세대 간 불균형의 문제를 다루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좌파나 우파나 모두 미숙하다. 물론 우리가 미숙한 문제는 세대 착취의 문제만은 아니다....(중략)..... 아직 한국자본주의가 가장 미숙한 것은 아직 다음 세대들에게 적절한 기회를 부여하고, 이러한 시간상의 문제점에 의해서 생겨나는 불균형들을 폭팍하지 않도록 적절한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다."
<88만원 세대> 289쪽 중

청년담론은 태초에 우석훈이 있었다. 사실 이 책만큼 임펙트를 가지고 있는 책은 없었다. 이 책은 ‘노오력 부족론’과 ‘20대 개새끼론’을 뒤집어엎을 만큼의 임펙트를 가진 책이다. 현재의 청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 책만큼 잘 고발한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사회 구조를 이야기 하던 학자들마저 버렸던 20대가 왜 힘든지에 대해서 고발한 책이다. 88만원 세대는 현재 청년들이 그 어떠한 일을 하던지 간에 어려울 것이라는 마음 아픈 결론을 내린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시사상식이 될만큼 이 책이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청년들의 삶이 결단코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었다.


홍세화의 회심, 20대 개새끼론 뒤집기


나는 홍세화의 안티도, 우석훈의 팬도 아니다. 이 둘의 사례로 쓰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88만원 세대>가 나오기 전까지 20대들이 무능하고, 한심하다는 논의는 계속되어 왔었다. 이를 한 번에 뒤집어 엎어버린 책이 바로 이 책 <88만원 세댜>다. 흥미로운 것은 홍세화가 쓴 추천사다. 나는 홍세화 씨를 비아냥거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홍세화씨를 개인적으로 존경한다. 다만, 이 2003년의 칼럼과 2007년의 칼럼에서 보이는 인식 차이는, 앞으로 88만원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달라졌을 지에 대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세화 씨가 쓴 추천사를 일부 발췌했다.

나는 21세기 초 대한민국에서 20대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인간ㄴ과 사회에 대한 학습부족과 성찰의 부박함을 질타해왔다. 세대 사이에 완벽한 상호 이해는 어차피 불가능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관찰했던 프랑스 젊은이들과 우리 젊은이들을 견주어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중략).... 나에게 88만원세대는 우리 20대를 이해하도록 하면서 세대 간 연대의 긴박성과 함께 구체적 대안의 그림을제공해주었다.

-홍세화-


<88만원 세대>는 이 시대 청년담론을 뒤집어엎는 역할을 했다.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라는 화두가 사회에 던져지면서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청년 문제에 주목하게 됐다. 전후 관계 상으로는 청년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에 우석훈의 논지가 더 강한 힘을 얻었을 수 있지만, 이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있는 법이다. 우석훈의 역할이 그러했다. 당시 청년 고용문제는 심각했지만, 저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우석훈 뿐이었다. ‘88만원 세대’라는 용어가 만든 임펙트는 여러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전쟁세대, 베이부머 세대 층에 빈곤층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높은 대학진학률에도 불구하고 그 교육시간대에 비해서 청년들이 빈곤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우석훈의 88만원 세대.jpg 우석훈, 2007. <88만원 세대>, 레디앙

엘리트 우석훈


책을 쓴 우석훈은 한 마디로 엘리트다. 그는 프랑스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하였다. 공직, 대기업, 학계를 두루 거쳤다. 쓴 책만 20여권이 넘는 다작가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한편에는 박권일이 있다. 이 책 <88만원 세대>의 공저자인 박권일은 월간 『말』 기자출신으로, 지금은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고 있다. 현재까지도 여러 청년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의 세대 간 소득과 경제적 기회 불균형에 대해서 다룬 책이 이 <88만원 세대>다. <88만원세대>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탈리아의 ‘천유로 세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21세기 한국의 세대 간 소득과 경제적 기회 불균형에 대해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1000유로 세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88만원 세대’의 88만원은 당시 20대의 실소득을 의미한다. 이것저것 제외하고 세금을 떼면 남는 돈이 88만원이라는 얘기다. 이 돈으로 생활이 가능할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현실인 것을. 이 끔찍한 현실을 요목조목 짚은 책이 88만원 세대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새대 ‘간’ 경쟁에 대해서 지적한 것이다. 당시까지 사회학자들이 말하던 것은 여러 통계를 통해서 세대 ‘내’ 경쟁에 대해서 설명했다. 세대 내의 경쟁이 훨씬 더 치열했다는 것이다. 세대 ‘내’의 격차들에 대해서 지적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 청년들이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바다.


암울하기 짝기 없는 세상

그렇다면 어떠한 이야기들이 ‘88만원 세대’ 담론을 이끌었을까? 88만원 세대에 대한 담론들은 불쌍하기 짝이 없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 그 어디도 행복할 수가 없다. 일단 시작부터가 문제다. 한국에서는 ‘청년’이라는 기간도 길다. UN 기준으로 만 15세~만 24세인 청년이 한국에서는 만 29세까지다. 최근 청년 고용정책에서는 만 34세까지를 청년으로 보기도 한다(부록 청년층 참고). 대체로 동서고금을 통틀어 기성세대란 언제나 젊은 세대를 한심해 하지만, 오늘의 한국 사회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정치인들이 20대를 찾는 순간은 선거철, 즉 당장 한 표가 아쉬울 때뿐이다. 물론 20대를 '주니어 보드(Junior Board)' 같은 의사결정권을 가진 세대 대표로 대접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렇게 보면, 독일 나치의 유겐트 경험을 가지고 있는 '회의적 세대'나 일본의 '전후 세대'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유신 세대'들은 다음 세대에 대해서 특히 잔인하고, 무자비한 것 같다. (18~19쪽)세대간 이해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세대간 착취로 이어져있다고 <88만원 세대>는 말한다. 특히 10ㆍ20대 보다는 40ㆍ50대가 아래세대를 이해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노력하고 노력해도 미래가 불투명한 10ㆍ20대, 나를 포함한 그들에게 문제는 기성세대가 구축해놓은 구조적인 문제라며 우리가 무능하고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라며 토닥거려준다. 우리나라 경제가 40ㆍ50대들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인질경제이며 승자독식 게임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해결책들도 윗세대 손에 달려있는 게 대부분이라 크게 와닿지 않음이요, '20대여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치라'는 멋진 저자의 말이, 이미 착취당할 대로 착취당한 피곤한 머리와 몸에 그저 공허하게 들릴 따름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선진국의 젊은이들은 16세부터 사랑을 시작하고 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독립을 희망한다. 물론 조금 늦거나 조금 빠를 수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사교육에 묶여서 대학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그 순간에 그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스스로의 문제를 풀어갈 준비를 시작한다. 한국의 청소년들과 적게는 6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 10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니 시작부터 문제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청년은 시작부터 늦어진다. 이른바 ‘캥거루 족’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에는 이 늦어지는 시기에서부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무튼 ‘첫 섹스’라고 하는 자극적 소재로 이 책은 시작한다. 독립, 동거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비유를 섹스로서 시작을 하는 것이다.


우석훈이 이 책을 썼던 시기에 20대 실업자 수 34만 명. 실업률 7.7%! 전체 20대 임금근로자 368만9000명 중 32.8%인 123만7000명이 비정규직이며, 그 숫자는 지금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경험하는 세상은 그랬다. 우석훈이 얘기하는 그 어떤 세상도 밝은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협동조합,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모두 밝지가 못하다. 결국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라고 이름붙인 그 어떤 곳도 우리가 ‘살만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구조의 문제다

지금 우리나라의 88만원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만의 바리케이드와 그들이 한 발이라도 자신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필요한 짱돌이지, 토플이나 GRE 점수는 결코 아니다. 엄폐물없이 은폐되어 있는 20대가 하나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는 과정, 이 흐름은 개별적으로 입사 시험 보면서 '단단한 직장'을 잡는 과정과는 조금 다르다. (289~290쪽) 결국 우석훈이 제기한 문제는 구조 문제였다. 청년세대가 가지고 있는 구조 문제에 대한 반론이 우석훈이 얘기했던 문제들이었다. 우석훈은 구조문제로서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논의들을 짚어 냈다.


내용 요약하기

1. 88만원세대 담론은 '불쌍한 청년들'에 대한 우리 시대 세대담론의 시작이었다.

2.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청년들이 어렵다는 사실을 짚어냈다.
3. 경제학자인 우석훈의 지적에서 경제적 구조를 중심으로 한 대안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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