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섭, 2013,『잉여사회』
“너 대학 못가면 뭔 줄 알어? 잉여인간이야, 잉여인간! 인간 떨거지 되는 거야!”
- <영화 말쭉거리 잔혹사> 대사 중
그래 우린 쓰레기다!
대학을 못 가면 사람 노릇 못한다는 말은, 내가 중고등학교 때도 들었던 이야기다. 영화 <말쭉거리 잔혹사>의 배경이 1970년대 것만, 우리는 변한 게 없다. 별 이유는 없었다. 조금 어렵게 생각하면 대학을 못나오면 노동시장에서 뒤쳐져 버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학에 가지 않았을 때에는 청년담론에도 끼기가 어렵고, 사회생활도 정상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명 ‘지방대’라고 나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있다. <말쭉거리 잔혹사>보다 지금이 더 슬픈 것은,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이제는 사람취급을 못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진학률이 80%까지 넘어갔던 상황을 고려하면, 그럴 수 있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잉여를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책 『잉여세대』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잉여에 대해서 정의를 한다. “이렇든 저렇든 모든 잉여들의 공통점은 그 시대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14쪽)”라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잉여는 사회가 만든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IQ가 430가량의 학자가 있어도, 사회가 필요치 않으면 ‘잉여’가 되어 버린다. 쓸모가 있고, 없고의 가치가 사회에 의해서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사회에서 청년의 잉여고, 그렇지 않고 여부는 사회에서 결정이 되는 것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잉여인간’이란 말의 어원은 이러하다. 책에 의하면 ‘현대 사회의 남아도는 존재’라는 개념은 1840년대 투르게네프의 소설에서 처음 형상화 되었고, 국내에는 1958년 손창섭의 소설 《잉여인간》으로 알려졌다. 그 시절까지만 해도 잉여인간은 소수다. 하지만 지금은 취업에 성공한 1명 외의 9명이 잉여가 되고, 이제는 자본의 선택은 받았으나 혹사를 못 견뎌 탈락할 수 있는 그 1인까지도 잉여다.
그렇다면 청년은 왜 잉여일까. 이 책에 의하면 청년은 노동자도 아니고, 돈이 없기 때문에 소비의 주체도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출산장려정책에 그렇게까지 출산을 장려까지 하는 것으로 필자가 추측하건데, 청년세대는 완벽한 잉여인게 분명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냥 쓰레기일 뿐이다. “민족증흥의 사명”을 띠고 태어난 세대가 보기에는 더더욱 형편없는 존재가 현재의 청년세대다. 사회적인 ‘무쓸모’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청년세대다.
노동시장 속 잉여
잉여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잉여사회』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을 올리지 못하면 잉여가 된다고 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 혹은 하고픈 일, 재능이 사회와 맞지 않으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이상은 쓸모가 없어진다.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 있어서 노동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현재 사회에서 청년들 역시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저임금 노동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이들의 노동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잉여사회』에서도 이러한 노동시장의 문제에 의해서 잉여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봤다. 1997년에 외환위기는 사회의 전반을 바꿔놓았다. 외환위기 때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이 현재의 80-90년생의 청년들이다. 학번으로 봤을 때에 17학번부터는 이 시기에 태어났다. 외환위기는 해고, 이혼, 자살, 연쇄부도, 파산, 신용불량, 주거지 박탈과 같은 사회문제를 한 집걸러서 만들어냈다(50쪽).고 표현한다. 외환위기가 만들어낸 양극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사회를 망가뜨린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첫 번째 쓸모없음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부분은 노동이다. 노동자로서 청년이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최태섭의 또 다른 책은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라는 책이었다. 이른바 ‘열정페이(열페)’ 현상을 짚어낸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청년들의 노동이 어떻게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다룬다.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키보드 워리어를 봐라
후에 논쟁에서도 다루겠지만,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다. 관심을 갖는 것을 ‘티’를 못내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한 엄청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투쟁과 논쟁 속에는 청년 세대가 분명히 정치에 엄청난 관심이 있음을 드러낸 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인터넷 논쟁에 ‘잉여’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잉여들의 존재가 인터넷 상의 논쟁을 이끈다는 것이 잉여사회의 저자 최태섭의 설명이다. 그전까지 청년들의 무능을 질타하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가 바빴다. 기존까지 책들은 성인의 눈을 통해서 청년들의 문제를 아프게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 책은 한명의 청년이 쓴 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의 나이는 29살이었다. 이 점을 감안하였을 때에, 저자도 몸으로 느낀 청춘들의 삶에 대해서 쓴 책이 『잉여세대』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사라지지도 않고 완벽하게 처리되지도 않는 잉여들이 품은 에너지를 현대 사회의 가능성 중의 하나로 본다. 그 잉여적 에너지의 발현을 가장 쉽게 관찰 가능한 곳인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보여준다. 우선 인터넷 공간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소통하고, 놀고, 존재할 수 있는 공유지이다. 저자는 이 인터넷 공간에서 발현되는 잉여 문화의 발생과 생태를 꼼꼼하게 훑어 내리며 잉여들, 나아가 이 사회의 내밀한 회한과 욕망을 파악해간다.
결국 해결은 노동이다.
최태섭의 『잉여사회』 등에서 놓치고 있는 문제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것이다.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서는 현재 ‘잉여’로 전환되는 청년세대를 돌이킬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청년 세대가 ‘집에서 컴퓨터나 하는 백수’로 전락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가야 할 노동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모두가 사장내지 경영진이 될 수 없다. 대부분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노동자)가 된다. 사측의 입장을 이해하는 교육이 아니라, 근로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한명의 CEO 리더십 대신에, 대다수의 셀러리맨들에게 도움을 주는 교육이 더 유용한 교육이다. 음악 시장은 작곡가, 악기연주가와 노래하는 사람, 청취자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작곡가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청취자가 된다. 그렇다면 대중교육은 음악을 잘 듣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정말 좋은 교육이다. 대다수의 청취자들의 수준을 높이는 게 좋은 교육이다.
학교 교육 대부분이 '교육을 하는 사람 입장'에 맞춰져 있다. 대다수가 재밌게 살 방법 대신에, '너희가 모두 1명이 될 수 있으니 싸워봐라'는 식의 교육 방침은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 10명중에 1명만이 써먹는 교육 방침이기에 9명은 교육을 마친 이후에도 자신이 살 길을 찾아야 한다. 9명이 공부한 걸 못 써먹으니 길을 헤매이게 된다. 9명이 써먹을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조금 더 쉽게 얘기하면, 노가다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자식들이라도 잘 길러봐야 겠다는 일념 하에 교육열은 더해만 갔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들이라도 이루어가야 하는 것이다. 한국 50대들의 삶을 다룬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를 보면, 연봉 1억을 버는 현대자동차 생산직노동자들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엄청난 돈을 벌고 있지만, 그들이 육체노동자로서 받아온 차별과 멸시를 자식들 세대에서는 끊기 위함이다. 결국 잉여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노동시장의 문제다. 한국에서 사실 노동은 인정받지 못하였다. 노동자는 항상 조연이었다. 산업을 일구어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인정받을 수가 없다. 항상 “누구 덕의 이만큼 살게 됐는데”라는 말 한마디로 끝이 난다. 일부 정치인들, 경제관료, 기업주들이 만들어 놓은 성장 신화에서 노동은 항상 조연이었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조연’이 될 수가 없었고, ‘주연’의 신화를 따라가야 했다. 수많은 조연들이 없이는 주연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요약하기
1. ''쓰레기'가 되는 것은 한국사회구조가 되는 모순 때문이다. 현재 청년세대는 이러한 모순 때문에 '사회에서 필요없는 존재'가 될 수 없다.
2. '키보드 워리어'로 대표되는 인터넷 문화가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로서 자리 잡았다.
3. 한국청년들에게 일자리와 삶의 여건을 발전시키도록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