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젠더 문제를 고발하다
페미니즘, 대학가와 청년담론을 휩쓸다
근 1~2년은 페미니즘의 해였다. 최근 청년 담론 중에서 피해갈 수 없는 것이 페미니즘이다.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페미니즘은 그렇게 중요한 사상이 아니었다. 간혹 사회과학 분야 여성교수들이 잠시 언급하는 정도였다. 사실 남녀가 불평등한 것은 당연시 여겨졌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보면, 20대 초반 여성 대학생들은 정말 힘이 없었다. 내가 학부 때만 해도 술자리에서 고학번 남학생들이 저학년 여학생들을 성희롱 하는 사건이 정말 많았다. 술자리만 가면 쏟아지는 음담패설과 과도한 스킨십은 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지금이라면 상상 못할 일이지만, 불과 5~6년 전에 발생했던 일들이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 정도에서 끝이 났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말과 행동을 모두 조심하게 됐다. 내가 대학원 1학기 차였던 2016년도부터 페미니즘의 붐이 터지기 시작했다. 사회학 개론서에 ‘비주류’라고 지칭이 되던 페미니즘 물결이 거세게 밀어붙였다. 강남역 살인사건에 이후로 여성혐오라는 한국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 터졌다. 이후 대학가는 온통 페미니즘이었다. 페미니즘 강연, 모임 등이 정말 급속도로 증가를 하게 됐다. 사회학의 다른 분과는 몰라도 페미니즘을 모를 수는 없게 됐다. KBS 보도에 한 인터뷰에서도 여성들조차도 이렇게 페미니즘이 붐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여성차별을 드러나게 해준 게 페미니즘 담론이다. 내가 대학생의 마지막이던 2013년에 <일간베스트>가 물의를 일으킬 무렵의 담론과는 다르다. <일간베스트>처럼 여성을 미워하는 이들만 걷어내면 여성혐오는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 행동들이 성차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많이 깨닫게 되었다.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통해서 여러 사건들이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단체 카카오톡방’ 사건 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성 차별적인 발언, 성희롱 발언들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2016년에 갑자기 한국남자들이 정신이 나가서 그런 건 아닐 게다. 이전까지는 차별이라고, 폭력이라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최근에 들어서야 차별로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가 페미니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사회담론 중에서 청년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게 페미니즘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가에서는 페미니즘 교지를 발행하고, 그 담론을 만들기 위해서 지속적인 움직임이 있다. 이를 공부하는 모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모임들과 논의들은 청년들, 그 중에서 90년대 생들부터 이런 논의들을 활발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청년들의 논쟁과 담론을 연구하는 연구자들 입장에서 페미니즘 연구를 해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년들이 앞 다투어서 새로운 담론을 습득한 것이 페미니즘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상의 부당함을 알리는 것이 바로 이 대자보다. 이 대자보에 많은 이야기들이 여성이 가지고 있었던 구조적 차별들을 고발했다. 물론 이 대자보에는 ‘사회가 어떻다느니’라고 하는 어려운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자보를 통해서 지금 우리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문제들에 대한 고발, 젠더폭력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이러한 페미니즘 대자보들이 널리 알렸다.
청년이 단순히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페미니즘의 담론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주목하는 바는 '왜 청년이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는가'이다. 단순히 젊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억눌려온 계층들 중 하나가 '청년'인데다가, 과거 세대가 남겨둔 제도적 유산에 대해서 저항하는 움직임이 커졌기 때문이다. 즉, 청년세대에서 불평등에 대해서 저항하는 힘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페미니즘에 주목하는 것이다.
추후에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페미니즘이 앞으로도 청년담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페미니즘담론은 현재 여성들뿐 아니라, 인문사회에 관심이 많은 남성 학생들에게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학문적 담론이다. 그동안 가부장제에 억눌려왔었던 여성담론이 청년들에게 유행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년들은 현재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사상을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