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포리스트 Nov 26. 2017

동네 밥하는 아줌마와 급식

세상을 가장 많이 바꾼 것은 급식이다

역사를 크게 바꾼 것 중 하나는 급식이다. 급식의 등장은 가사노동의 일부인 도시락 싸기를 없애 버렸다. 급식이 생김으로 인해서 여성의 노동시간이 엄청나게 단축이 되었다. 이는 교육과 경제에 큰 혁신이었다.

나의 도시락에 대한 기억은 이렇다. 나는 도시락 세대가 아니다. 그런데 다녔던 학교의 이상한 정책으로 인해서 한 1년 동안 주 1회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주의 1회 '도시락의 날'을 만든 한심한 제도를 만들었던 학교였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초등학교 1,2학년에게는 급식이 제공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리해서 주1회 2시까지 수업을 하고, 그때 꼭 도시락을 싸오도록 했다. 도시락에 대한 옛 추억을 회상하자는 학교의 꼰대질이었다.


맞벌이 가정에서 일주일에 한 번, 도시락을 꼭 챙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 역시 도시락을 몇 번 싸가지 못했다. 그럴때면 친구들하고 음식을 나눠먹고는 했다(이런 추억이라도 만들라는 학교의 뜻?). 그런데 도시락을 자주 안 싸간다는 것은 친구들에게 눈치보이는 일이었고, 반찬에 어머니가 신경써주지 못하면 그게 괜히 속상했다. 한 번은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아서 음식물이 세어서 교과서가 다 젖어버렸다. 이런 수고를 두들겨 맞는 것은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도시락에 가장 신경쓰고 힘들어했을 분들은 식사를 책임지는 어머니들이었을 것이다. 주 1회가 이 난리었는데, 과거에는 오죽했나 싶다.  


이 문제들을 해결한 게 급식이다. 나만해도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급식이 정상적으로 나오면서 이 골치아픈 도시락과의 전쟁에서 우리집도 해방됐다. 과거에는 오죽했을까. 한 국회의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동네 밥 하는 아줌마"라는 말에는 가사와 육체노동에 대한 멸시가 담겨져 있다. 이와 동시에 자신은 특별하다는 선민의식이 강하게 담겨져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오히려 그 국회의원이 함부로 말을 던진 급식을 만드는 노동자들이다. 이분들이 없다면, 우리 공교육은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맞벌이 하는 집안의 아이들이 밥을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급식이 없었다면 이 말을 던진 본인 역시도 '집에서 밥하는 아줌마'가 되었을 것이다.

주 1회 도시락 싸는 것도 힘에 겹다. 그런데 매일같은 도시락 노동을 벗어나게 해준 것이 급식이었다. 하찮게 여겨지는 노동이 세상을 가장 많이 바꾼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한 명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한명의 조리사다. 이런 사실도 인지 못하는 정치인의 문제가 절대 가볍지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20대 개새끼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