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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May 08. 2018

[세 번째 편지] 가끔 기다릴 때

기다림은 설렘이 되고 

우리나라에 살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아. 1분 1초를 절약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약속이 두 세 개인 것은 흔한 일이야. 때로는 그 시간이 너무 정신이 없어서 약속이 여러 개가 겹쳐서 늦고는 해. 지금 안봐서는 안 될 것 같고, 지금 안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주함과 바쁨으로 인해서 너무 정신없이 일상이 가는 것 같아.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으면 죄가 되고는 해. 

우리나라에서 기다림은 욕이 되어버려. 시간 약속을 하는 것은 기다림을 없애기 위해서야.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만이 우리는 잘 될 수 있어. 시간 약속은 공백을 없애기 위해서야. 어느 나라에서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예측해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없어야 해.  기다림이 지루한 것은, 그때그때 내가 예측하지 못한 시간이 생겨났기 때문이야. 그런 기다리는 시간을 못지킴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너무도 힘들어 하고는 해. 


그런데 그것 아니? 가끔 내가 너를 기다릴 가끔 설레임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조금 이상한 얘기지만,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릴 때면 가끔 조용히 명상에 빠지고는 해. 오늘 무엇을 할지, 어떤 것을 먹으면 기뻐할지, 어떻게 행복해 할지를 기다리게 되고는 해. 너무 이상하지? 기다려지지 않는 사람은 늦게 오면 분노가 치미는데,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기다리는 시간마저 행복하다는 것 말이야.  


기다림은 언젠가는 만난다는 희망을 말해. 만나지 못할 장소에는 나가지 않거든. 기다림이 설레임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너무 행복한 일인 것 같아. 비록 우리 사회에서 기다림이 행복이라는 게 너무 먼 이야기 같지만, 나로서는 너를 기다리는 순간은 그렇지가 않거든. 지금 곧, 나에게 오고 있을 네 모습을 보며 지금 만나면 너무 행복할 것이란 설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나를 만나기 위해서 오고 있겠지. 기다리고 있을 게. 기다리는 동안 설레고, 만나면 사랑할 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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