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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May 07. 2018

두 번째 이야기

그렇게 시작

# 5 메시지 하나

메시지 하나 때문에 카카오톡 창을 자꾸 여닫았다. 때문이었다. 엠티 때, 잠시나마 이야기를 했는데 순수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몰랐다. 한 번 쓸데 없는 것으로라도 말 좀 걸어볼까 싶었다. 전철을 타고 안암역에 도착 할 때쯤까지 카톡을 썼다 지웠다. 누구 아냐고 물어볼까...... 아니면  쓸데없는 판교역 맛집이라고 물을까..... 대화를 먼저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치근덕 거린다고 생각하면 어쩔까 싶었다.

2번 출구를 오를 때, 거짓말처럼 연락이 왔다. 긴가민가 했다. 내가 잠시 피로해서 꿈이라도 꾸나 싶었다. 무언가 나한테 물었는데, 기뻤다. 그래도 너무 다가가면, 멀어질 것 같아서 일부러 사무적으로 대했다. 나도 친해지고 팠다. 마법처럼 온 연락인지라 신기할 뿐이었다. 한국사회연구소에 잠시 앉아있는데, 그렇게 카카오톡을 하는 순간이 머리에 자꾸 남는다. 먼저 보낸 메시지는 우리 사이를 잇는 첫 번째 매개가 됐다.  

메시지 하나에 떨리게 만들었던 사람

# 6 한걸음에 아무 생각없이 토요일에 논문을 쓰던 날이었다. 그날도 연락은 계속했었다. 어쩐지 그날따라 너무 보고팠다. 전화상으로 말고, 그냥 한 번만 만나고 싶었다. 예술의 전당에 약속이 있다더니, 그 약속이 허무하게 취소됐다고 말을 했다. 혜원이란 친구와의 약속이었다고 한다. 혜원이라는 친구와의 약속은 보니까, 시간이 맞으면 보고 아니면 마는 약속인 듯했다. 지금 가야 할 것 같았다. 몸은 이미 들썩이고 있었다. 

 잠시 통화를 했다. 혼자 있다고 했다. 몸이 바로 반응했다. 지금 나가야 한다고 말이다. 고민 없이 바로 나가기로 했다. 지금 나가면,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전화하다가, 밥을 먹다가  보기 위해서 바로 뛰쳐나갔다. 몇 년전 기억을 더듬어서 갈 수 있는 좋은 곳을 생각해냈다. 지금 조금이라도 마음의 문을 열면.... 된다는 믿음으로 결단을 내렸다. 한 걸음에 가지 못하면,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생각과 느낌에서 였다. 

나를 한 걸음에 달려가게끔 만들었던 사람..  

# 7 꽃이 피다 

꽃은 반드시 핀다. 피는 시기와 장소가 다를 뿐이다. 모든 꽃이 봄에 피지 않는다. 모든 꽃이 따스한 남쪽에만 피지 않는다. 꽃마다 다른 시기에 핀다. 각 계절별로, 각 지역마다 다른 꽃이 핀다. 누군가는 개화를 기다리지 못한다. 봉우리가 언제 필지 몰라 새 꽃을 찾아서 옮겨다니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의 사랑도 반드시 핀다. 내가 원했던 꽃을 보려면 그 자리를 지켜야 하듯, 내가 바라던 사람과의 사랑은 때로 기다려야 한다. 멀리 돌아도, 그리고 너무 가까이서도 못볼지 모른다. 내 꽃은 그 개화시기와 장소에 맞게 핀다.  나와의 사랑이 폈다.  내가 너무 바랐던 사람이었다. 내가 기다렸던 사람이었다. 메시지 하나에 마음 떨렸고, 혹시 잃을까봐 한 걸음에 달려가게 해준 사람이다. 사랑이 폈다. 한걸음에 달려가기 전 떨렸던 설렘으로 샀던 장미처럼 예쁘게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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