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포리스트 May 22. 2018

유일한 기도

함께 했던 연휴에

황금연휴의 시작과 끝을 여자친구와 함께 했다. 토요일부터 화요일오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정을 이날 소화했다. 함께 했던 시간들, 우리 나름대로 결혼하면, 그리고 우리 연애가 더 발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늘 '우리 함께 산다면' 이라는 내용으로 다시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누었다. 그런 시간을 가져본 것이 행복할 뿐이었다.


# 1연애의 시한부와 두려움

우리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함께 살아갈 사람일까. 세상에서 모두가 이야기 한다. '남녀 사이는 항상 모른다'고 말이다. 남녀 사이는 모르는 것이니까, 속단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결혼하고자 한다면, 동거부터 하고 해라', '결혼 헛된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 심지어는 남녀 사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끝나는 것이니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남녀 간의 대화를 하면 이야기 해본다. '영원 사랑을 약속하지 마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상처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한 번씩 이야기 한다. 싸우는 것보다 더 큰 용기는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싸우는 것보다 끈질기게 사랑하고, 믿는 것에 배신당하는 상처가 더 크기 때문이다. 미운 사람에게 받는 상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이 너무도 두려운, 상처다. 그래서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조금 덜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것 같다.


그 끈질길 사랑을 우리가 이어 갈 수 있을까. 향후 10년, 그리고 20년이 지나도 사랑할 수 있는 사이인지, 이야기 해보는 시간이 됐다. 그렇게 이야기 해보는 게 우리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다들 우리 감정이 서툴다 할지 모른다. 연애에는 시한부가 있고, 그것이 안됐을 때의 상처가 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람을 놓치는 두려움이 더 크다.


#2 인연에서 연인으로 운명으로



나는 여자친구 집 근처에서 한가로운 한 때를 보냈다. 함께 장을 보고, 함께 TV를 보고, 함께 산책을 했다. 결혼하면 하고 싶은 게 일상이다. 일상이 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결혼을 하는 것이다. 내 일상은 잃으면 안 된다. 내 삶이고,  인생일 사람은  이 사람이었으면 하는 맘으로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냈다. 우리 어떤 사람인지 다시 확인했다. 그렇게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몇 십년을 살아갈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운명이고프다.


인연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운명으로 갔으면 하는 사람이 지금 내 여자친구다. 사실 두려운 게 너무 많다. 이 사람을 잃었을 때, 아픔이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연애의 시한부가 있는 이유는 그 아픔을 적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 사랑을 유예한다. 언젠가 끝낼 생각이라서,  내가 지금 다 주면 지는 것 같아서 내 옆 연인을 기다리지 않는다. 내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운명에 맡긴다는 핑계로 잡지 않아본다. 인연에서 연인이 되고, 운명이 된 것을 애써 부인해보고는 한다. 그러나 지금 사람은 인연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운명이었으면 하는 사람이다. 그 아픔도 이기고프다.


# 3 끈질기게 잡고프다.

끈질기게 이 사람 잡고 싶다. 그런데 너무 사랑해서 나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 그럴 때면 여러 생각이 든다. 나 때문에 이 사람이 힘든 것이 내가 힘든 것보다 더 어려울 때, 저울질을 해본다. 나는 본래 어려움이 있을 때 '지금의 고난은 장차 다가올 영광과 비교할 수 있다'는 성경 말씀을 나는 믿어본다. 지금의 고난과 앞으로의 영광... 그렇게 한 번쯤은 비교해본다.


그런데 지금의 여자친구가 나 때문에 어려울 시간이, 나는 너무 버티기 힘들 것 같아서 실없는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내 앞에서 우는 여자친구를 볼 때 억장이 무너졌다. 너무 놀라 와락 안았다. 내 여자친구가 버텨본다는데, 내가 힘든 소리를 해버리고 만 것이다. 난 내 여자친구와 행복한 운명이고 싶다. 혹여나 운명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 운명조차 거스르고픈 마음이었다. 운명은 개척해나가는 거니까.


# 4 유일한 기도

내가 지금 이 사람을 놓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일 것이다. 우리 잠시 떨어지는 것보다, 이 사람을  잃는 게 나에게는 더 고통스러울 것만 같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행복한 내 십년, 이십년을 바라며 이 사람이고만 싶다. 이 사람만 생각하면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자꾸 눈물이 난다. 행복하고 싶어서, 같이 행복하고자 이 사람을 붙잡는다.


나는 기복주의 신앙을 경멸한다. 요즘 단 한 가지 기도하는 게 있다면 이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이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것, 이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사람 되고 싶다고.. 그렇게 몇 번이고  기도하고 또 기도해본다. 염원과 간절함이 하늘에 닿도록 말이다. 나의 유일한 기도는 이 사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종로에서, 가로수 길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